마이크론 HBM4 재설계로 엔비디아 공급 탈락하나, 전영현 삼성전자 수율 안정으로 공급 우위 노려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10-24 11: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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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마이크론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 엔비디아의 높은 성능 요구사항 충족에 어려움을 겪으며 HBM 재설계에 나설 것이란 월가의 관측이 나왔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HBM4의 수율(완성품 비율)을 끌어올리며 마이크론 대비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엔비디아 공급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란 월가 전망이 나왔다.
엔비디아의 요구 성능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이크론은 HBM4 재설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고, 전체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데 최대 9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율(완성품 비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초기 HBM4 공급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마이크론이 지난 실적발표에서 HBM4 성능과 공급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금융증권사 제프리스의 제프 킴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HBM4에서 (엔비디아가 요구한) 초당 11기가비트(Gb)를 달성했다고 말했지만, 좋은 수율과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고전 중”이라며 “마이크론은 금속층과 배선 재설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9월24일 실적발표에서 산제이 메트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의 발언과 배치된다. 당시 산제이 CEO는 초당 11Gb의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다며 “내년 2분기 첫 HBM4 양산 출하가 시작되고, 하반기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킴 연구원은 자신의 엔지니어링 소식통과 공급망 점검을 통해 마이크론이 HBM4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재설계 이후 생산까지는 최대 9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내년 양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HBM4에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전체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데 6~9개월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 마이크론은 일부 HBM 생산라인을 서버용 D램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이 6개월 이상의 시간을 HBM4 설계 변경을 위해 투자한다면, 사실상 엔비디아의 초기 HBM4 공급 경쟁에서는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내년 3분기 출시할 ‘루빈’ 인공지능(AI) 반도체에 HBM4를 탑재하는데, 현재로부터 6개월에서 9개월이 지난 시점은 이미 루빈 생산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2026년 2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의 최종 고객사 샘플을 엔비디아에 보내 인증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HBM4 최종 샘플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초 인증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에서 초당 11Gb 속도의 HBM4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HBM4가 소개한 ‘초당 10Gb 이상’의 속도보다 빠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성능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앞선 D램 공정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 때문이다.
▲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6세대 HBM4와 5세대 HBM3E 실물.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의 ‘구원투수’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복귀한 전영현 부회장은 HBM 제작에 가장 기본이 되는 D램 공정 재설계에 나섰다. HBM은 DDR D램을 적층해 만드는데, D램 공정의 성능은 HBM 성능으로 직결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5세대 ‘1b’ D램 공정을 통해 HBM4를 만들지만, 삼성전자는 한 세대 앞선 6세대 ‘1c’ D램 공정을 활용한다. D램 공정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선폭이 미세해져 성능과 전력효율이 오른다.
삼성전자는 또 HBM4의 핵심으로 꼽히는 ‘로직다이’ 제작에 자사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다. 로직다이는 HBM4의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부품이며, HBM과 AI 반도체의 연결고리로서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삼성전자 로직다이의 수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1c D램 공정 수율은 80%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로직다이 제조에 TSMC의 12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전문 파운드리 업체가 아닌 자체 D램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요구사항 충족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부족한 로직다이 성능이 꼽힌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