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저축은행업계 선두 경쟁이 격화하는 중이다.
OK금융그룹의 인수합병(M&A) 전략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OK금융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자회사인 OK저축은행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까지 감안하면 몸집 불리기는 순식간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OK금융그룹 >
이런 가운데 오랜 시간 1등 저축은행 자리를 지켜온 SBI저축은행은 새롭게 대주주로 맞는 교보생명과 시너지라는 '새 무기'로 수성을 벼르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OK금융그룹과 상상인저축은행이 머지않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개월이 걸린 가격 협상에 접점을 찾으면서 막바지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 가격은 당초 협상가 1200억 원에서 낮아진 1080억 원 수준이 이야기 된다.
OK금융그룹은 2024년 12월부터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했다. 실사를 마친 직후 가격을 제시했으나 두 회사의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협상에 상당 시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의 인수합병 행보는 저축은행업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OK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 OK저축은행이 업계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두를 다투는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2025년 1분기 말 13조 원 수준이다. 3위와도 크게 떨어져있다.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 자산규모는 8조 원대다.
이런 상황에서 OK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 동안 SBI저축은행을 턱밑까지 따라붙은데 이어 2025년 1분기 약 2천억 원 차이를 내며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OK금융그룹의 저축은행 인수합병이 OK저축은행의 사세 확장에 힘을 더할 수 있다고 본다. OK저축은행과 합병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만약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을 흡수 합병한다면 수도권 전체로 영업권역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산 규모도 키울 수 있다.
OK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15조9천억 원 수준이 된다. SBI저축은행과 차이를 크게 벌리면서 1위 굳히기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OK금융그룹은 페퍼저축은행 인수 역시 타진하고 있다. 세 저축은행의 합병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단순 합산한 자산 규모는 18조7천억 원까지 확대된다. SBI저축은행과 5조 원 넘는 ‘초격차’를 낼 수 있다.
다만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지속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OK저축은행과 합병 여부는 (그룹의 인수 추진과) 다른 문제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저축은행업계 선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
이처럼 저축은행업계 구도 재편 신호탄인 OK금융그룹의 저축은행 인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SBI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SBI저축은행은 사업 전략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새로운 대주주로 교보생명을 맞이하면서다.
교보생명은 2026년 10월까지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단계적으로 인수해 SBI저축은행을 계열회사로 편입한다.
지분 취득을 완료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셈이다. 다만 교보생명과 SBI저축은행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이미 들여다보고 있다.
교보생명 보험금 지급 계좌로 SBI저축은행 계좌를 활용하는 방안, 교보생명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SBI저축은행 예금을 취급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SBI저축은행은 기존 강점인 가계여신(개인대출) 부문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생명은 대출이 거절된 고객을 SBI저축은행에 연계할 계획을 세워뒀다. 이에 따라 SBI저축은행 가계여신 규모를 1조6천억 원 이상 확대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교보생명은 앞서 4월 SBI저축은행 인수 결정을 알리면서 “기존 보험 사업과 저축은행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