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성된 비대위에 다수의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집단지도체제' 도입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친윤계가 이번 비대위를 발판 삼아 당권을 계속 틀어쥘 것이라는 전망이 당내에서 나온다.
▲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와 원내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출범한 비대위는 새로운 당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라며 "비록 여러 제약 조건이 있지만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야당으로 거듭나는 데 초석을 놓는다는 심정으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는 전날인 1일 오전 비대위 설치와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안건으로 올려 의결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 임명안을 처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두고 전국위원 802명 가운데 538명(67.1%)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417명(찬성률 77.5%)으로 원안이 의결됐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가 당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송언석 원톱' 체제를 구축해 8월 전당대회를 관리할 '관리형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하기로 최종 확정한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송언석 원톱 체제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송언석 의원이 친윤계로 분류 되기 때문이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위는 당협위원장이나 각종 위원장, 당협위원장 추천 대의원 등으로 구성된다"며 “거기서 단독 후보로 나와 반대가 22.5%나 나왔으면 이건 비토에 가까운 숫자다. 그래도 탄반모(탄핵반대당협위원장모임)와 맹윤들 데리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겠지"라고 적었다.
송 원내대표 주도의 새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라는 최우선 과제를 안고 있다.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구체적 개최 시기와 함께 선출 방식을 포함한 지도체제 선택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장 현행 지도체제인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지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단일지도체제는 당대표 '원톱' 구조로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치른다. 반면 집단지도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권한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거도 한 번에 치러 최다 득표자가 '대표 최고위원', 차순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된다.
친윤계는 '당대표급' 인사들로 지도부를 구성하는 집단지도체제로 거대 여당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은 주류 세력의 기득권 유지 의도가 있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6월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우리가 10년 전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을 때 완전 봉숭아 학당이 됐다"며 "누가 책임을 지는 각오로 당권을 쥐고 당을 운영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6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의 혁신을 위해서 집단지도체제는 안된다"고 적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후보가 4월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결과 발표 전에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들에게는 안 의원과 한 전 대표 같은 이른바 '간판급 스타'가 없어 전당대회에서 불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친윤계에 여러 중진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렇다 할 간판 스타가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친윤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임명된 비대위원에는 친윤계가 대거 포진됐다. 원내에서는 선수별 배분에 따라 박덕흠(4선)·조은희(재선)·김대식(초선) 의원이 내정됐다. 원외에서는 홍형선 화성갑 당협위원장·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이 지명됐다.
박덕흠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지난 3월 헌법재판소 앞까지 찾아갔다. 조은희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지난 1월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모인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한 명이다. 김대식 의원은 대선 패배 뒤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강제 교체 사건 당무감사' 등에 반대하며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해 왔다.
이번 비대위는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개최 준비에 곧바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일정과 경선 규칙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선 친윤계가 비대위에 이어 '지도체제'까지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비대위를 발판으로 전당대회에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한다면 친윤계의 당권 장악은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한동훈 전 대표는 운신의 폭이 더욱 줄어든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6월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친윤 주류가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기득권을 연장하려 한다는 의심이 든다"며 "한동훈 전 대표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표가 되는 것을 친윤이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