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차세대 AI칩 '블랙웰 울트라'의 출시를 올해 3분기로 공식화 하면서, 블랙웰 울트라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을 단독 공급하는 SK하이닉스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당초 내년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인공지능(AI) 칩 ‘블랙웰 울트라’의 3분기 출시를 공식화 하면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AI 칩 시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3분기 블랙웰 울트라 출시, 중동 국가들의 AI 신규 투자, 내년 시작될 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으로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하반기도 HBM 선두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을 통해 블랙웰 울트라(GB300)을 올해 3분기 출시한다고 밝혔다.
당초 업계에서는 블랙웰 울트라가 발열 문제를 포함한 기술적 문제에 직면해, 최악의 경우 출시가 내년 초까지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만 경제일보는 지난 3월 말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 GB300의 샘플이 나오려면 올해 4분기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GB300는 올해 2분기 시범 생산에 돌입하고, 3분기 대량 생산이 예정돼 있었지만, 올해 말이나 돼야 고객사에 테스트 샘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시 말해 올해 GB300 양산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블랙웰 울트라에 탑재되는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엔비디아는 개발하고 있던 중국용 AI 칩 수출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규제로 막히면서, 블랙웰 울트라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블랙웰 울트라의 출시도 빨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 컴퓨팅 업체 ‘콴타’는 엔비디아가 9월 블랙웰 울트라 첫 출하에 돌입하며, 4분기 대량생산에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GB300 출시 공식화는 GB300 출시 지연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일부 해소시킬 전망”이라며 “그 동안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다양한 불확실성은 일부 완화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블랙웰 울트라의 이른 출시로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회사의 HBM 점유율이 70%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내년 HBM4 공급 전까지 대부분의 HBM3E 12단 물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아직 HBM3E 12단의 수율(완성품 비율)을 늘리며 공급을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3분기에나 엔비디아 인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태 신한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도 대형 고객사들이 경쟁사에 비해 HBM 타임라인이 한 분기 이상 앞선 SK하이닉스를 최우선 공급사로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불확실성이 커지던 AI 칩 시장에 긍정적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HBM 선두를 달리는 곽 사장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025년 5월15일(현지시각) 만나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선 엔비디아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제작하는 맞춤형 AI 칩(ASIC)과 자사의 AI 칩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NV링크 퓨전’을 공개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 비용 감소로 이어지며 AI 칩 투자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바이가 미국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합의하면서, AI 칩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칩을 연간 50만 개까지 UAE로 수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합작해 추진하고 있는 5천억 달러(약 690조 원)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역시 AI 칩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 애빌런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며,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까지 엔비디아의 블랙웰 6만4천 개가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올해 여름까지 1만6천 개의 블랙웰 AI 칩이 1차 배치될 예정이다.
게다가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향후 데이터센터 부지를 최대 10곳까지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텍사스 외에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오리건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가진 HBM 우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AI 칩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