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트진로는 12일 서울 마포구 탭샵바 합정점에서 와인 시음회를 열었다. 사진은 행사 당일 탭샵바 합정점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얼음통과 함께 마련된 50여 종의 화이트와인.
하이트진로는 12일 서울 마포구 탭샵바 합정점에서 ‘하이트진로 와인 시음회’를 개최했다. 현장은 얼어붙은 국내 와인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와인을 찾아나선 업계 관계자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이날 시음회는 하이트진로가 도매장, 보틀샵, 레스토랑 등 와인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자사 유통 수입 와인을 소개하는 연례행사. 다만 이번 행사에서는 전체 라인업에 걸친 와인을 제공했던 기존과 달리 대부분 화이트와인을 중심으로 시음회를 꾸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도 화이트와인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며 “와인 수요가 빠지는 가운데도 자신의 취향에 맞춰 와인을 알고 마시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와인은 스테이크 등 무거운 음식과 조합이 맞는 레드와인과 달리 특별한 안주와 함께 하지 않아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또 적정 온도가 6~10도 수준으로 12~18도가 적정 온도로 알려진 레드와인보다 차갑게 즐길 수 있어 업계에선 기후 변화도 화이트와인 수요 증가에 한 몫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12일 열린 하이트진로 와인 시음회에서 특별 시음을 위해 줄을 선 참가자들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3년 5만6542톤으로 전년보다 20.4%가 줄었고, 지난해에도 5만2036톤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호황을 띄었던 국내 와인시장은 2023년 코로나19 종식과 내수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소주와 맥주 등 강력한 저가 대체재가 있는 국내 주류시장에서 와인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 경기 소비재로 평가받는다.
그런 만큼 한국의 주류문화는 미식 경험보다는 낮은 가격대 소주와 맥주 등을 여타 국가들보다 다량으로 소비하는 경항이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진로’는 2021년부터 23년 연속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소주 매출 가운데 수출 물량은 4.8% 수준에 그친다. 한국 주류 소비가 소주에 얼마나 집중됐는지를 방증하는 사례다.
기자 역시 술자리에서 대부분 소주와 맥주를 마시는 편이지만 다양한 와인이 펼쳐진 시음회에서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십여 분이면 충분했다.
하이트진로가 이날 준비한 와인의 가격대는 1만 원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슈냉블랑 품종부터 43만8천 원짜리 세계 최고급 로제 와인 ‘제라르 베르트랑 끌로 뒤 템플 2020’까지 다양했다.
하이트진로는 9개의 테이블에 제조국가·품종 별로 각각 3~8종의 와인을 맛보기 좋은 순서대로 준비했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듯 했지만 비싸지 않다고 맛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이날 시음회에서는 테이블 당 가장 맛있다고 느낀 와인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요청했는데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와인은 아르헨티나산 ‘수사나 발보 시그니처 토렌테스 2022’, 독일산 ‘그란 파시안 트리텐하이머 아포테케 아우슬레제 2022’, 프랑스산 ‘알랭 좀므 샤또뇌프 뒤 빠쁘 블랑 라퐁텐 2022’ 등이었다. 가격은 각각 5만5천 원, 14만4천 원, 10만6천 원이다.
▲ 시음회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왼쪽부터)아르헨티나산 ‘수사나 발보 시그니처 토렌테스 2022’, 독일산 ‘그란 파시안 트리텐하이머 아포테케 아우슬레제 2022’, 프랑스산 ‘알랭 좀므 샤또뇌프 뒤 빠쁘 블랑 라퐁텐 2022’.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시음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화이트와인에 힘을 주는 하이트진로의 전략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와인업계에서는 올해 내수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와인 소비 트렌드는 더욱 다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인 업황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는 시음회를 통해 하루 만에 지금껏 마셔본 와인보다 훨씬 더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내 와인업계 부진은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지면 빠른 속도로 반등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어려운 와인 업황 속에서도 업계와 달리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그 주요 요인으로 소매 매장을 넘어 진행한 다양한 와인 체험 행사들을 꼽았다.
서울 여의도의 한 와인숍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20대 여성은 “와인을 소비하는 분들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며 “와인을 쉽게 접할 기회가 많아져서 편하게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