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의 한 종사자는 “언젠가 쿠팡이 배달이든 OTT든 치고 나올 줄 알았지만 그 속도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쿠팡은 본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기 시작한 덕분에 여기저기에 실탄을 지급할 여력이 되는데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우리로서는 타격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배달업계에서는 왜 하필 우리가 먼저냐 하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배달앱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의 행보를 봤을 때 쿠팡플레이를 앞세워 OTT 시장에서 먼저 승부수를 보고 배달앱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배달 시장부터 공략하려는 모습에 업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흐름을 바꿔내지 못하면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CJENM이 운영하는 티빙 역시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티빙은 현재 국내 독보적 1위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뒤를 이어 쿠팡플레이와 2위 싸움을 하고 있다. 2월까지만 해도 2위 자리를 지켰지만 3월부터 월간활성이용자 수 격차에서 43만 명가량 뒤쳐지기 시작했다.
쿠팡플레이가 3월부터 해외 프리미엄 방송 채널 HBO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단독 공개하기 시작한데다 8월부터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중계에 들어가면 이런 기세에 더욱 힘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JENM은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1분기 티빙의 광고형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40%를 향하며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쿠팡플레이로 쏠리는 고객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상당히 많다.
실제로 티빙은 1분기 네이버와 협력을 종료하면서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다른 플랫폼과 협업 관계가 종료되면 ‘집토끼 지키기’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를 자체 콘텐츠 경쟁력만으로 보강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티빙과 배달의민족이 서로의 혜택을 결합한 새 서비스를 만지작하는 것은 이런 연장선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 회원이라면 추가 요금 없이 티빙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 월간활성사용자 수를 확대하겠다는 그림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