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은 모형과 1달러 지폐 배경을 합성한 이미지. 4월17일 촬영.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트럼프 정부 정책으로 달러 약세 추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수출에 장애가 될 환율 변동까지 겹쳐 이중고를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약세를 원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달러화 약세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정책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코메르츠방크 소속 울리히 로이히트만 통화 전문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화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불확실성이 크고 연방준비제도(Fed)와 같은 독립 기관으로부터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모간스탠리의 로빈 싱 분석가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는 미국 자산에 투자 헷징을 강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달러화의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으니 방지책을 생각하며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더해 골드만삭스는 현지시각으로 6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중국 위안화 매수가 늘고 있다”며 달러화 매도세가 우세하다는 점을 짚었다.
미국 정부 정책으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 적자 해소를 우선 과제로 삼아 자국산 물품 수출에 유리한 달러화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면 현지 통화로 표시하는 미국산 수출품 가격이 저렴해져 미국산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가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미국 상무부 아래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양자 무역에서 가장 큰 적자를 본 국가 10곳 가운데 5곳은 아시아권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각국이 중앙은행 개입 및 외환보유고 비축 등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무기 삼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을 상대로 관세 및 환율을 묶어 양국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권 국가가 수년 동안 미국에 불공정한 대우를 해왔다고 주장한다”라고 전했다.
한국 원화와 대만의 대만달러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가치는 최근 달러화 대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만달러 가치는 4월2일부터 5월 초까지 달러화 대비 10.6% 오르며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가치도 같은 기간 6.4% 상승해 7일 오후 달러당 1390원대 중반 선에서 거래된다.
▲ 4월2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은 달러가 강세를 보였던 4월 1500원을 바라볼 정도로 치솟았다가 한 달 만에 크게 하락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 통화도 달러화 대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화 약세 현상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무리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국 경제 상황이 악화돼 달러화 신뢰도까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달러화 약세 또는 불안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수출기업은 1분기 고환율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뒀는데 달러화 약세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환율 변동이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외환시장 변수가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 관세로 공급망 재편 및 현지 생산 부담이 가중된 한국 기업이 환율 변수까지 떠안을 수 있는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투자은행 ING의 프란체스코 페솔레 외환 분석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 자산 매도세가 진행중이라며 “달러화 약세 전망과 부합한다”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