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이 친환경 시장 확대 및 미래 수요 대응을 목표로 탄소포집 분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은 탄소포집 분야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 강화와 탄소 감축, 그리고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액화탄산 제조 기술을 보유한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탄소포집 사업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20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 여수제2에너지 사업장에 마련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설비의 본격 생산을 앞두고 최근 시운전에 돌입했다.
정식 운영을 시작하면 열병합발전소인 여수제2에너지에서 증기와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포집한 뒤 이를 액화시켜 탄산으로 만들게 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가 이산화탄소 액화플랜트에서 독자적 영역을 맡고 있기 때문에 기술 및 사업 시너지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연소 후 포집 기법을 활용해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는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액화탄산으로 가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백 사장이 이산화탄소 가공 기술을 보유한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를 이달 금호석유화학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두 회사의 시너지도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는 금호석유화학과 한국특수가스가 2023년 9월 액화탄산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금호석유화학이 한국특수가스가 가지고 있는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 전까지 두 회사는 각각 5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탄소포집부터 액화탄산 제조까지의 밸류체인 구축에 성공했지만 이 투자가 빛을 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2월31일 기준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는 매출 없이 당기순손실만 4억 원 규모로 발생했다.
액화탄산이 2023년 공급과잉으로 돌아서며 사업성이 둔화된 만큼 이산화탄소 액화플랜트가 상업 생산에 들어가도 곧바로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의 눈에 띄는 실적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 편입으로 △탄소배출량 감소 △연소 후 포집 기술의 미래 가능성 △액화탄산의 고부가 소재 전환 등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액화 플랜트는 1년 동안 약 6만9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금호석유화학> |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 기준 6억5450만 톤으로 추산된다. 2023년 우리나라 석유화학 및 정유산업의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6820만 톤 규모로 전체에서 10% 정도를 차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3년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 기준 332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액화 플랜트는 1년 동안 약 6만9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금호석유화학 전체 탄소배출량의 2% 규모다.
이는 2035년부터 탄소배출 총량을 줄이겠다는 금호석유화학의 장기 계획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치로 여겨진다. 금호석유화학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액화 플랜트 상용화를 기점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탄소저감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말했다.
백 사장으로서는 탄소포집 사업과 연소 후 포집 기술 관련 시장 규모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부분도 금호석유화학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매력적 요소로 보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탄소 포집 및 저장 산업 규모는 92억6천만 달러(13조2천억 원)인데 2037년까지 818억6천만 달러(116조6800억 원)로 연평균 19.8%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탄소포집 사업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었다.
빅테크 기업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이 예상보다 높아지는 상황을 직면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도 크게 늘어나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저탄소 에너지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탄소포집이 주목을 받고 있다.
리서치네스터는 금호석유화학이 힘주는 연소 후 포집 기술 관련 시장도 2036년까지 50억 달러(7조12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호석유화학 전체 매출인 7조1550억 원과 비슷한 수치로 백 사장이 새 성장동력으로 노릴 만한 규모로 볼 수 있다.
액화탄산을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이 추진하는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강화 전략에도 부합한다. 금호석유화학은 2023년부터 이산화탄소 전환 및 활용 기술의 상용화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산화탄소 액화플랜트를 건설하는 동안 액화탄산을 수소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백종훈 사장은 2023년 12월 열린 이산화탄소 액화플랜트 착공식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다른 고부가 탄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동시에 신규 먹거리와 관련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