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과 내각 총사퇴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채권시장과 국내 기업이 경계를 늦추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한국 국채 3년물 금리는 전날(2.585%)보다 3bp(1bp=0.01%포인트) 넘게 오른 2.6%대로 장을 시작했지만 장중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10년물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발행하는 채권 가격이 크게 내렸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가 부도 확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한국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0.32%포인트에서 0.360%포인트 수준까지 급등했다 0.34%포인트 수준까지 내려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이 6시간여 만에 끝났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장 직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예상됐지만 시장 우려와 비교하면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는 단단한 흐름을 이어갔다”며 “순매도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빠른 종료와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시장변동성은 제한적이다”고 바라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국가 신용등급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시장의 과도한 불안은 잦아드는 모양새다.
▲ (왼쪽부터)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논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킴엥 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전무는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계엄은 빠르게 끝났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충실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제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충격이지만 국가 신용등급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 한동안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계엄령 선포가 급작스러웠던 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사건이 지속돼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긴박한 정치 상황 변화로 주요 외신 등이 모두 원화 표시 자산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단기적으로 환율과 CDS, 국고채 3년물 금리 등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현재로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질 컨트롤 타워도 불확실성 아래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무위원이 계엄 사태 책임을 지고 전원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여파가 불러일으킨 채권 시장 불안은 결국 국내 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금리 지표 역할을 하는 국채 금리가 한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이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채 금리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원화 채권 시장 이탈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CDS프리미엄 및 외화채권 조달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고채 대비 국내 기업의 신용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일부 기업 재무 안정성 논란이 가중된 가운데 정치적 혼란이 더해졌다”며 “이는 채권 시장 내 위험자산, 특히 비우량 채권 비선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식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 대상 설명회를 열어 국내 시장 안정성을 알리고 전담센터를 설치해 기업의 어려움을 돕겠다는 뜻을 내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외은지점 등 해외 투자자 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우량한 대외건전성 등을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기업 금융애로센터를 운영하고 필요시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신속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