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조합에 제안안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 가운데 '플로랄 포럼'의 예상도. <삼성물산>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정비사업 수주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해외 유명 설계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차별화를 통한 아파트 브랜드 가치 및 시세 상승을 기대하는 수요가 두드러지면서다.
21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세계적 설계사와 협업은 무시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경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진 내용은 ‘해외 유명 설계사의 프리미엄 설계’였다.
삼성물산은 조합에 단지명으로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시하며 네덜란드의 세계적 설계사무소인 ‘유엔 스튜디오’와 협업을 강조했다.
유엔 스튜디오는 부부 건축가인 벤 판베르켈과 캘롤라인 보스가 설립한 설계사무소다. 1988년 판베르켈 앤 보스 사무소에서 1998년 유엔 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꿨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현대건설 역시 단지명을 ‘디에이치 한강’을 제안하며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손 잡았다”고 강조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라크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립한 건축사무소다. 한국에서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설계를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건설을 제안 설명에서 “곡선의 여왕 자하 하디드의 철학, 한남4구역에서 빛나다”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한남4구역 정비사업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17년 만의 맞대결로 업계의 관심이 쏠릴 정도의 수주전인 만큼 해외 설계사무소와 협업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에 제안한 '디에이치 한강' 가운데 포함된 '시그니처 타워'의 예상도. <현대건설> |
한남4구역 외에도 세계적 건축사무소의 한국 진출은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건축사무소인 미국의 겐슬러 역시 올해 7월 성수4지구 재개발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하게 됐다.
성수4지구 조합은 재개발 사업을 77층 내외 초고층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설계자를 ‘겐슬러-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한국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으로 결정했다.
압구정2구역에도 세계적 건축사무소인 도미니크 페로 아키텍쳐(DPA)가 설계에 참여한다. 설립자인 도미니크 페로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로 한국에서는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 국내 지하공간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강남 국제환승센터 등 설계를 맡았다.
해외 유명 설계사가 국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주요 마케팅 요소로 떠오른 데는 아파트 브랜드와 지역 내 랜드마크로서의 가치가 조합원들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급 아파트 단지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추후 높은 수준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특화된 디자인 설계 등에 따른 다소간의 공사비 상승을 감내하고서라도 해외 유명 설계사의 참여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디자인 특화 건축물에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정책적 측면에서도 해외 유명 설계사의 ‘프리미엄 디자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통해 혁신 디자인 건축물에는 용적률, 건폐율 등에서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건축물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