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기업 레인AI 투자 유치를 직접 지원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추고 오픈AI의 기술력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의 인공지능(AI) 연산 및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를 자체 설계해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욱 중요한 고객사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뉴욕포스트는 20일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샘 올트먼이 12월 중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레인AI 투자 유치를 주도할 계획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레인AI는 2022년 샘 올트먼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2500만 달러(약 348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은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업체다.
사람의 뇌를 모델로 삼아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 기술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블룸버그는 “인메모리 컴퓨팅은 아직 경제성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필요한 기술로 삼성전자와 TSMC도 연구하고 있는 분야”라고 전했다.
레인AI는 초기 투자금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고 올해 6월에는 애플에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던 고위 임원을 영입해 기술을 총괄하도록 했다.
뉴욕포스트는 샘 올트먼이 레인AI 기업가치를 6억 달러(약 8341억 원)로 평가하며 이번 투자에서 모두 1억5천만 달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샘 올트먼은 오픈AI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레인AI의 잠재력을 직접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성장성에 확신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픈AI는 최근 골드만삭스와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이 참여하는 66억 달러(약 9조1740억 원) 상당의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학습과 구동에 필요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거 필요로 하는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제품을 사들이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
엔비디아 반도체 물량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구글과 메타, 아마존과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 협상 능력이나 자금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은 오픈AI가 ‘챗GPT’의 성공으로 급성장기를 맞기 전부터 이런 문제점을 예측하고 레인AI에 직접 투자하는 등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
▲ 레인AI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홍보용 이미지. |
이번에 레인AI의 투자 유치를 직접 지원하고 있는 점도 오픈AI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협력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TSMC 및 브로드컴과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를 위한 계획도 수립하고 다방면으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오픈AI가 설계하려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엔비디아나 AMD의 GPU 기반 제품과 달리 학습보다 연산이나 예측 등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집중하는 제품으로 전해졌다.
이는 챗봇이나 검색엔진 등 오픈AI의 주력 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고 향후 자율주행과 같은 분야에도 활용될 잠재력이 있다.
오픈AI의 인공지능 반도체는 기술 특성상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고용량과 저지연성 등 특징이 있는 HBM, GDDR7 D램 등 고사양 메모리반도체도 필요로 할 공산이 크다.
자연히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오픈AI도 더욱 중요한 협력사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샘 올트먼은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나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기술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는 이후 미국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함께 인공지능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협업 의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수익성이 높은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오픈AI 또는 샘 올트먼의 투자를 받은 레인AI를 비롯한 기업과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및 성능 최적화를 위해 손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로이터는 오픈AI가 브로드컴과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협력사까지 동맹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증권사 웨드부시는 뉴욕포스트에 “레인AI는 인공지능 열풍 초반부터 인정을 받았던 반도체 기업”이라며 “샘 올트먼의 지원으로 엔비디아를 뒤이어 큰 주목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