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11-18 15: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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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사주 매각과 소각으로 하락한 주주가치를 제고하면서 오너일가의 지분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7년 만에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이유를 두고, 주주환원 외에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 오너일가가 향후 4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하면 삼성전자 지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지분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 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8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경영 위기와 주가 하락이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더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동안 1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하고, 이 가운데 3조 원은 3개월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2015년(11조3천억 원)과 2017년(9조3천억 원) 이후 세 번째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4만99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저평가가 심화하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 주주가치 제고정책으로, 주가가 낮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표면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이지만, 삼성 오너일가에도 필요했던 조치라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 해석이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담보로 약 2조5천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일정 이하 가격으로 떨어지면 주식이나 현금을 추가로 채워 넣어야한다.
게다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오너일가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간접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삼성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5.45%에 이른다. 그러나 향후 4조 원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지분율은 4%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해져,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10조~20조 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다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감안해도 현재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자사주 매입 발표는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과 오너일가는 수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이는 일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넘겨받은 뒤 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식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삼성그룹의 순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 삼성전자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는 삼성전자 지분 10%를 갖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이 10%를 넘어가면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에도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따른 초과 지분을 동일 비율로 매각한 사례가 있다”며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따른 초과 지분 매각 금액은 2284억 원~7612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