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동거'에 '기대 반, 우려 반'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왼쪽)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수직계열화는 '득'일까, '실'일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생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는데 이를 놓고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하반기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생산을 일부 맡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식 생산에 앞서 올해 8월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베네팔리’와 ‘플락사비’의 시범생산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금까지 덴마크에 있는 바이오젠 공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위탁생산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면 이는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의 '수직계열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하며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나눠 설립하면서 생산과 개발 업무를 분리한 것이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내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리되지 않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CMO) 수주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리하지 않고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에 나선다면 해외 바이오회사들이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위탁생산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이후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위탁생산을 맡지 않았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외 바이오회사들에게 삼성 계열사끼리 일감을 주고 받는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수주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별개의 회사라는 점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의 위탁생산 준비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직계열화로 당장 실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위탁생산을 바이오젠에 맡기면서 위탁생산부문 이득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바이오젠에게 돌아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위탁생산부분 이익을 차지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지만 공장 가동률을 놓고 우려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시설 규모는 1공장이 3만 리터, 2공장이 15만2천 리터다. 그러나 2공장 가동률은 60% 수준이고 최근 1공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구조로 변경되면서 30%대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18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을 준공하고 시험생산을 해왔고 최근 cGMP생산에 들어갔다. cGMP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본격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수주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수직계열화가 해외 수주에 결과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수주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 위탁생산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