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다시 벌어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페이스북 신뢰도가 떨어진 가운데 경영의 모든 분야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저커버그 CEO의 '제왕적 리더십'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저커버그 '제왕적 리더십'에 경영 빨간불, 페이스북 시대 저무나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영국매체 텔레그래프는 9월30일 “마크 저커버그는 과도한 통제자(control freak)라는 것이 문제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왓츠앱, 오큘러스 등 유망한 회사를 빠르게 인수했지만 과도한 통제로 경영에 혼란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저커버그 CEO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팬인데 나쁜 소식은 무시해버리는 것도 황제와 닮았다”며 “그는 거대한 회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9월30일 5천만 명의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뷰 애즈 기능 버그로 해킹됐다. 뷰 애즈 기능은 이용자가 스스로의 계정이 다른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미리 확인하는 기능이다.

해커는 뷰 애즈 기능의 버그를 이용해 토큰(디지털 열쇠)을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토큰은 이용자가 로그인 상태를 유지할 때 사용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해킹 사건을 인지한 뒤 수사당국에 알리고 9천만 명의 계정을 자동으로 로그아웃 조치했다. 저커버그 CEO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빠르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해킹 뒤에도 누가 개인정보를 탈취했는지, 해킹 공격의 범위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과 연결된 에어비앤비, 틴더 등의 다른 서비스의 개인정보도 노출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사건은 페이스북 자체 보안 시스템이 무너져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올해 초 드러난 해킹 사건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미국 대선 당시 데이터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 유출했던 사건이 올해 초 드러났다.

연이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페이스북 신뢰도는 하락하고 있다. 로이터가 페이스북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미국 성인 가운데 페이스북을 신뢰하는 사람의 비중은 41%로 나타났다. 아마존 66%, 구글 62%에 비해 대폭 낮다.

신뢰도가 하락하는 데는 저커버그 CEO의 제왕적 리더십과 함께 개인정보를 수익 창출에 사용하려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커버그 CEO의 측근들도 이런 경영방식에 의견을 달리해 하나둘씩 곁을 떠나고 있다. 

케빈 시스트롬와 마이크 크리거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는 9월24일 페이스북을 떠나면서 “저커버그 CEO가 인스타그램에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측근인 애덤 모세리 페이스북 유스피드 책임자를 인스타그램의 상품 총괄로 임명하면서 기존 창업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2012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브라이언 액턴 왓츠앱 창업자도 2017년 9월 페이스북을 떠났다. 그는 “저커버그 CEO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단지 페이스북의 하위 그룹으로 취급한다”고 저커버그 CEO의 독선을 비판하며 "왓츠앱을 페이스북에 판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커버그 CEO가 페이스북에서 개인 맞춤형 광고를 하기 위해 왓츠앱 이용자 정보를 이용하려 했다"며 "쉽게 말해 왓츠앱은 인풋이고 페이스북이 아웃풋인 셈"이라고 봤다. 

이에 앞서 얀 쿰 왓츠앱 창업자도 비슷한 이유로 2017년 5월 페이스북을 떠났다.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2014년 220억 달러(한국돈으로 24조5천억 원)에 인수했다.

2017년 3월에는 가상현실(VR) 전문업체인 오큘러스를 창업했던 팔머럭키도 페이스북을 떠났다. 

가디언은 측근들의 잇따른 사임을 놓고 9월30일 "이제 저커버그CEO의 제국이 해체될 때가 왔다"며 "그는 몸집은 불려가지만 통제만 강화하고 책임감은 발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22억 명이 이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은 10억 명, 왓츠앱은 15억 명이 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