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이 반도체 기술 개발과 양산에 큰 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차지하는 입지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을 꺾고 글로벌 반도체매출 1위 기업으로 선두를 굳히고 있는데 반도체사업 영역 확대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있다.
 
인텔 화려한 시대 막 내려, 삼성전자 반도체 1위 굳히기 기회 커져

▲ 인텔의 서버용 프로세서.


18일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이 주력 상품인 서버와 PC용 반도체사업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양산에 주로 활용하던 1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을 10나노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로 양산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인텔이 당초 10나노 반도체 양산을 계획한 시기는 2017년이었다. 하지만 인텔이 기술적 문제로 공정 적용을 계속 미루며 현재 양산 시기는 2019년 12월까지 2년 이상 미뤄졌다.

CNBC는 "반도체업계에서 미세공정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미 7나노 공정까지 도입한 AMD 등 경쟁사에 인텔이 밀려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JP모건은 CNBC를 통해 인텔이 PC용 프로세서(CPU) 양산에 고전하며 수요대응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AMD의 CPU 판매량이 급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MD의 프로세서를 7나노 공정으로 위탁생산하는 대만 TSMC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을 제외한 세계 주요 시스템반도체기업은 대부분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인텔도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다는 원칙을 깨고 서버용 프로세서 물량 일부를 TSMC의 14나노 위탁생산 공정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분야에서 장기간 '절대강자'로 꼽히던 인텔이 반도체 공정기술 개발과 양산에 수년째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도권이 다른 설계기업과 위탁생산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텔은 주력 상품인 PC용 CPU 수요둔화와 서버용 프로세서의 경쟁심화로 지난해 삼성전자에 25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빼앗겼다.

지난해 벌어진 인텔 CPU의 대규모 보안결함 사태와 성추행 혐의를 받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전 CEO의 갑작스런 사임도 인텔에 위기감을 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려했던 인텔의 시대가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한다"며 "PC업체들이 더이상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 인텔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인텔을 꺾고 반도체 1위 기업에 올랐어도 아직 인텔의 사업부진에 직접적 수혜를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모바일용 시스템반도체에, 인텔은 서버와 PC용 프로세서에 집중해 사업영역이 거의 겹치지 않는 만큼 삼성전자가 인텔의 빈자리를 채울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AMD와 엔비디아, 퀄컴 등 다른 시스템반도체기업이 인텔의 공백을 노려 서버와 PC용 반도체시장에 진출을 확대하면 삼성전자도 중장기적으로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한편 서버용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기술력과 공급능력에서 모두 선두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7나노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공정을 일찍 상용화해 고객사 수요를 대거 선점했다. 애플과 퀄컴, AMD와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기업이 모두 TSMC의 생산공정을 활용한다.
 
인텔 화려한 시대 막 내려, 삼성전자 반도체 1위 굳히기 기회 커져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는 내년 완공되는 7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전용공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고객사의 반도체 수주를 추진하려고 한다.

인텔을 제외한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내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나서도 신규 수주를 확보할 기회가 충분히 남아있다.

AMD와 엔비디아의 시스템반도체 제품은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HBM규격 D램과 GDDR D램 등 구동속도가 빠른 차세대 메모리를 통합칩 형태로 설계하는 사례가 많다.

삼성전자는 이미 AMD와 엔비디아에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 기업이 사업을 확대할수록 반도체 판매를 확대할 기회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텔에 메모리반도체를 인증받는 일이었지만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인텔의 위기는 다른 반도체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