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이 영업정지에서 벗어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다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은 2015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딜로이트안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평가논란으로 또 위기

▲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대표이사.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2015년 4~5월 사이에 나온 증권사 보고서의 수치를 단순하게 평균 내는 방법으로 계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절반 넘게 보유한 대주주였기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가 이뤄졌다.

두 회계법인이 증권사 보고서를 이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한 사실은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을 통해 밝혀졌다. 

회계법인이 증권사 보고서에 제시된 수치를 단순히 참고하는 정도를 넘어 그대로 인용해 간단하게 평균 내는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한 것을 놓고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박 의원은 “증권사 보고서는 주식시장 투자자의 참고자료로 제공되는 것”이라며 “증권사 보고서의 수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 신빙성이 낮은 데다가 법적 책임도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당시 증권사 보고서는 1곳을 제외하고는 제일모직 콜옵션 부채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정확한 증권사 보고서를 근거로 이용한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는 정상적 가치 평가 보고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계사인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증권사 보고서 수치를 평균 내는 방법은 전혀 일반적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은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사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1년 영업정지 제재를 받아 4월4일까지 상장사, 지정감사 기업 및 비상장 금융회사의 신규 감사를 맡지 못했다.

딜로이트안진으로서는 영업정지의 타격을 회복해야 하는 시기에 다시 기업가치평가 논란에 휘말리게 된 셈이다.

금융위원회 제재로 딜로이트안진은 1년 동안 신규 수임을 맡지 못한 여파로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딜로이트안진이 감사를 맡은 상장법인 비중은 2016년 10.7%(223곳)에서 2017년 4.9%(106곳)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제재가 끝나고 얼마나 많은 고객사가 다시 딜로이트안진으로 돌아오느냐가 딜로이트안진의 점유율 회복에 중요하다”며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평가 논란은 점유율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놓고 금융감독원이 검찰과 공조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딜로이트안진에게 부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 배당을 놓고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바라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금융, 증권 관련 사건에서 전문가로 평가받는 한동훈 3차장검사가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건을 맡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활약한 검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