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장하성 '불협화음', 참여정부 때도 똑같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투톱으로서 목적지에 관한 관점은 같으나 실행 과정에 의견차가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좀처럼 불협화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청와대는 22일 이런 말로 말로 진화에 나섰으나 이를 바라보는 눈빛은 불안이 가득하다.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청와대 참모와 경제관료 수장의 충돌이 처음은 아니다.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똑같은 상황이 전개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교수 출신 경제학자인 이정우 정책실장으로 참여정부의 첫 경제팀을 구성했다.

두 사람은 세제 개편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김진표 부총리는 2003년 취임하면서 “앞으로 5년 내에 법인세율 부담을 동남아 경쟁국과 같거나 낮은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법인세를 인하할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이정우 실장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확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노무현 대통령도 법인세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법인세 인하는 없던 일이 됐다.

이듬해 이 실장은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이동했고 김 부총리의 뒤는 역시 관료 출신인 이헌재 부총리가 잇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2004년 11월 양도세 중과와 관련해 “내년 초부터 중과세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실장은 “내년 시행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부총리와 만나 양도세 중과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표면으로 드러난 두 사람의 갈등을 주워담지는 못했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과 대우종합기계 매각, 판교신도시 개발 등 현안에서 서로 다른 쪽에 섰다. 성장을 중시하는 관료의 시각과 개혁을 요구하는 참모의 시각은 병립하기 어려웠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논란이 심화하자 이 부총리는 청와대와 여당의 참모그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2004년 7월 “386세대는 대학 시절 정치적 암흑기를 거쳐 경제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내가 경제부총리로 있는 한 순리대로 갈 것”이라고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휘말린 끝에 2005년 3월 고작 1년 남짓 만에 부총리를 사임했다.

이 전 부총리는 2012년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나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며 “청와대 참모진과 죽이 척척 맞아도 시간이 부족할 판국에 건건이 발복을 잡고 늘어졌다”고 돌아봤다.

김진표 전 부총리 역시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대통령 보좌하는 분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사안은 잘 모른다”며 “시간이 흐르면 관료들이 주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투톱의 관계가 참여정부 때 부총리-참모진의 불화와 차이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분명히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서로 의견을 존중하며 조율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두 사람 역시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노골적 갈등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상황을 보는 시각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이를 놓고 엇박자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실장도 22일 “(김 부총리와) 의견 차이가 있는 점도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김 부총리와 토론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감추지 않고 명확하게 확인하는 기회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일단 정책을 선택한 이후에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까지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도 21일 “생각이 100% 같은 것만 건설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 우선순위에 조율이 필요한 점은 있지만 경제를 보는 시각이나 진단은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