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5G 통신반도체를 내놓고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기기, 전장부품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다.

5G 스마트폰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업체들이 퀄컴이나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 대신 삼성전자의 통신반도체를 받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에 5G 통신반도체 공급 확대할 길 보여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16일 "삼성전자가 5G 통신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며 5G 통신을 현실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며 "퀄컴에 위협이 될 만한 기술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5G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에 사용할 수 있는 통신반도체 '엑시노스 모뎀5100'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통신반도체 선두기업인 퀄컴은 삼성전자보다 1년 이상 앞서 5G 반도체를 공개하고 이미 LG전자 등 제조사의 스마트폰에 탑재를 확정했다. 인텔도 지난해 5G 통신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계 통신사의 5G 통신망 구축과 단말기 제조사들의 출시가 모두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적기에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갤럭시노트9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에 5G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5G 반도체가 적용되는 첫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5G 통신반도체 개발은 스마트폰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는 일 외에도 그동안 고전하던 자체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에서 활로가 될 수 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직접 설계하는 시스템반도체 '엑시노스' 시리즈에 막대한 개발 비용과 노력을 들였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부를 제외한 고객사에 거의 공급되지 않아 성과를 보기 어려웠다.

퀄컴이 스마트폰 프로세서(AP)와 통신반도체시장에서 모두 압도적 1위 업체로 자리잡아 대부분의 스마트폰 고객사를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5G 통신반도체에서는 글로벌 고객사 기반을 확대할 기회를 잡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업체에 제재를 강화하면 중국 정부에서도 퀄컴 등 미국 반도체기업을 제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송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 스마트폰업체를 제재하며 퀄컴 등 미국기업의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려 퀄컴이 중국 고객사들을 크게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반도체기업 미디어텍이 5G 통신칩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지만 상용화 시기가 불투명하고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고객사가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업체에 한정돼 있다는 약점이 있다.

결국 중국 스마트폰업체에서 발생하는 5G 통신반도체의 대규모 수요가 삼성전자에 집중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5G통신 보급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하드웨어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5G 통신반도체 수요가 내년부터 급증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에 5G 통신반도체 공급 확대할 길 보여

▲ 삼성전자가 개발한 5G 통신반도체 '엑시노스 모뎀5100'.


삼성전자가 적기에 공급 능력을 갖춰내 중국 고객사 확보에 성공한다면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에서 중요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선 모바일분야로 통신반도체를 공급한 뒤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이라며 "고객사 요청에 따라 연말부터 양산해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반도체가 주로 AP와 통합된 형태로 고객사에 공급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엑시노스 AP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길도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중국 상위 스마트폰업체였던 메이주에 AP와 통신반도체를 공급한 적이 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5G 통신반도체 개발을 발표하며 "시장에서 검증받은 삼성전자의 통신반도체 기술로 5G 관련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