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새 부대에 새 술’을 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회사이름을 바꾼 뒤 2018년 1분기에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인슈어테크’ 선두기업으로서 입지를 차근차근 다져가고 있다.
 
[오늘Who] 김정남, DB손해보험에 '인슈어테크' 입히기도 노련했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보험상품 및 보험서비스를 뜻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2017년 11월에 이름을 바꾼 뒤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다. DB손해보험은 1분기에 순이익 1102억 원을 거둬 2017년 1분기보다 30.8% 줄었다.

2분기에는 순이익 193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8% 줄었지만 손해율, 사업비율, 투자 수익률 등 지표들이 1분기보다 모두 좋아지면서 사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은 2분기에 별다른 일회성 요인 없이 모든 부문에서 지표 개선이 나타나면서 예상보다 빠른 이익회복이 나타났다”고 파악했다.

김 사장은 2018년 3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8년째 D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국내 보험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옛 동부화재의 인지도를 DB손해보험으로 이어가는 것과 동시에 회사이름 변경에 따른 새로운 이미지를 세워야 하는 중책을 맡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회사의 이름 변경은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다.

고객들에게 새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보험업의 특성상 브랜드에서 고객이 느끼는 신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영업력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이름을 바꾼 뒤부터 온오프라인에서 DB손해보험을 알리는 대규모 TV광고 및 홍보활동을 펼치고 보험설계사 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영업력 위축의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인지도 하락을 방어하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

동시에 '인슈어테크를 선도하는 DB손해보험'을 새로운 기업 이미지로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인슈어테크 자산과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모델을 만들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52년 생으로 60대 중반을 넘겼다. 다른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비교하면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지만 테크놀러지를 보험에 입히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은 일찍부터 인슈어테크에 관심을 보이며 강조했다”며 “인슈어테크 관련 역량을 바탕으로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 빅데이터 플래그십 선도사업’ 사업자에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선정됐다.

DB손해보험은 외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재 발생 예측 알고리즘을 적용한 새 화재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안전등급이 높은 건물에 보험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핀테크 금융기업인 데일리금융그룹과 손잡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보험플랫폼 등 4대 기술분야를 중심으로 두 회사의 핵심 인력이 참여하는 워킹그룹도 꾸렸다.

상품뿐 아니라 보험 처리 절차에도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보상직원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해 사고조사 및 분석을 사고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고객 동의를 얻어 합의서까지 끝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 사장은 보험업만 34년 째다.

회사이름을 바꾸는 큰 변화에도 흔들림없이 빠르게 정상궤도를 찾았고 미래 먹거리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어 DB손해보험의 방향성을 그의 노련미로 정확히 짚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이 손해보험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신상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내놓을 또다른 신상품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