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에 화답해 22조 투자계획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일감 몰아주기와 지주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데 한화그룹이 12일 밝힌 22조 원 투자계획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도 많다. 
 
김승연, 한화그룹 22조 투자로 문재인 혁신성장에 화답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은 이날 향후 5년 동안 한해 평균 4조4천억 원씩 22조 원을 투자하고 모두 3만5천여 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이다.

한화그룹의 최근 3년 동안 투자 규모는 한 해 평균 3조2천억 원, 2016년 이후 채용규모는 6천여 명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와 고용계획을 내놓은 데 한화그룹도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해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한화S&C를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신설법인 한화S&C로 물적분할한 뒤 한화S&C 지분 45% 정도를재무적 투자자에 팔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가려고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놓고 “사익 편취 규제에서 비껴가려는 것인지 혹은 지배구조를 개선한 것인지 논란이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 모범사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1일 한화시스템과 한화S&C의 통합법인 ‘한화시스템’을 세우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이번에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의 한화시스템 지분을 14.5%까지 낮추면서 공정위 요구에 부응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선도 있다. 에이치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사각지대 사례로 직접 거명되면서 정조준됐기 때문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향후 한화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와 합병되거나 상장돼 김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높아져야 하는데 여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여겨졌던 한화에너지가 공정위 감시망에 걸리고 만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경영능력 입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태양광사업과도 무관치 않은 회사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한화큐셀코리아를 거느리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와 달리 지난해 말부터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화답하기 위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6월 방미경제사절단, 7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이 만난 ‘호프미팅’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회장이 2014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은 만큼 몸을 한껏 낮추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김 회장이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경제사절로 동행한 뒤 문재인 정부와 김 회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22조 투자로 문재인 혁신성장에 화답하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올해 2월에는 문 대통령이 한화큐셀의 충북 진천·음성공장을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라며 방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기업의 생산시설을 방문한 것은 한화큐셀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업어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방문했다”며 “진짜로 업어드릴까요?”라며 농담을 건넸고 그와 동행한 김 회장은 웃음을 터뜨리며 화답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7월1일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열사에서 상시적이고 지속적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직원 858명을 정규직을 전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서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것을 지킨 것이다. 

한화그룹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22조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한화큐셀 등 태양광사업에 쏠릴 가능성도 떠오른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한화큐셀 진천·음성 공장은 단일 태양광 셀 생산시설 규모로는 전 세계 1위인 데다 4월부터 근무시간을 3조 3교대 주 56시간에서 4조 3교대 42시간으로 전환하며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높다. 이 공장은 또 태양광 모듈과 부자재를 만들어 공급해 직간접적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태양광사업은 김 전무가 한화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경영능력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사업은 국가 에너지정책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만큼 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에서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