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일 "남들과 다른 제품인가", 고영의 뇌수술 로봇 개발로 새 도전

▲ 고광일 고영 대표이사.

남들과 다른 제품인가?

고광일 고영 대표이사가 경영자로서 가장 먼저 살피는 개발 원칙이다. 세계 최초이거나 최고만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영은 ‘글로벌 1위’ 타이틀을 두 개나 쥐고 있는 3차원(3D) 검사장비회사다.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고 세계 첫 뇌 수술 로봇 개발에도 매진하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고영은 초정밀 측정 검사장비시장에서 대적할 경쟁자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주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3D 납도포검사기(SPI)가 10년이 넘도록 세계시장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을 성장동력으로 내놓은 3D 광학자동검사기(AOI) 역시 2년 전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광학자동검사기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분기에는 이 분야 매출이 납도포검사기를 처음으로 넘었다. 고영은 장기적으로 납도포검사기 수준인 40%대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영은 전자제품과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 3D 검사장비를 만든다. 특수한 기능을 하는 일종의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요 고객사는 휴대폰 제조사와 자동차 전장부품사들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차량 전장화, 스마트팩토리 설비가 확산하면서 고영의 3D 검사장비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 대표는 창업 4년 만에 납도포검사장비 시장을 2D에서 3D로 바꿔 놓으면서 고영을 이 분야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키워냈다. 2D 납도포검사장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고 대표는 로봇 기술분야에서 20년을 종사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금성사(현 LG전자)를 거쳐 미래산업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당초 창업은 꿈도 꾸지 않았는데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은퇴를 하면서 후배들에게 등이 떠밀려 2002년 봄 고영을 세웠다. 

뭘 할지도 정하지 않고 45세에 후배 15명과 회사를 만들고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위해 산업현장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삼성SDI, LG전자 등에서 전자제품 부품이 작아져 공정 검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만 해도 정밀도가 떨어지는 2D 검사장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바로 3D 검사장비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회사가 계속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7개월 이상을 연구한 끝에 2003년 세계 최초로 3D 납도포검사장비를 개발했다. 주요 전자기기회사들이 일제히 2차원 검사장비를 3D 검사장비로 바꾸면서 고영은 미국 사이버옵틱스 등 경쟁사들을 단숨에 따돌리고 2006년 업계 선두를 차지했다. 

고 대표는 지금도 연구개발(R&D)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전 직원의 40%가 연구개발 인력인 데다 올해 3월 기준으로 415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226건을 출원 중이다.

그는 “고영은 세상에 없는 제품에 도전한다”고 자주 말한다. 평생 고객을 쫓아다니지 않으려면 고객의 기대치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꼽는 고영의 DNA 역시 '도전' 정신이다. 

도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고 대표는 고영을 굴지의 로봇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뒀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로봇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지 못하는 기업은 이제 죽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영은 세계 최초의 뇌 수술용 의료 로봇 '제노가이드'를 개발 중이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등 국내 주요 종합병원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내년 국내 출시 및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시장조사업체 로보글로벌의 로보틱스 및 산업 자동화 관련 지수인 ‘로보인덱스’에 포함되면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 인덱스는 1천여 개의 기업군에서 선정된 80여 개의 종목으로 구성됐는데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 화낙(FANUC) 등 내로라하는 수술용, 산업용로봇 글로벌제조사들이 포함됐다. 

이윤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뇌수술은 외과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수술 성공 여부와 예후, 부작용 정도가 결정될 정도로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된다"며 "고영의 의료 로봇은 수술 도구의 가이드 위치를 1mm 이하로 표시하는 초정밀 3D 센서 등이 핵심이며 세계 최초의 침대 부착형시스템으로 수술의 정확성과 성공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