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그동안 삼성전자에 독점적으로 맡기던 고성능 스마트폰용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고객사 확보에 갈수록 고전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퀄컴 반도체 위탁생산을 다시 대만 TSMC에 넘겨줄 수도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대만 디지타임스는 22일 관계자를 인용해 "퀄컴이 차기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에 TSMC의 7나노 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며 "TSMC가 중요한 고객사를 되찾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퀄컴은 삼성전자 갤럭시S9와 LG전자 G7씽큐 등 고성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스냅드래곤 800시리즈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2016년부터 계속 삼성전자에만 맡겨 왔다.

2015년까지 스냅드래곤 시리즈 위탁생산을 담당하던 TSMC의 공정 기술력이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하자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였던 애플의 수주물량을 비슷한 시기 TSMC에 모두 빼앗겨 고전하던 상황에서 퀄컴을 최대 고객사로 맞이하게 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퀄컴 물량을 다시 TSMC에 빼앗긴다면 위탁생산사업에서 대형 고객사를 사실상 모두 놓치는 셈이다.

퀄컴은 이미 스냅드래곤400, 600시리즈 등 성능이 낮은 프로세서는 대부분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퀄컴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뿐 아니라 향후 출시할 5G 통신모뎀 반도체도 TSMC의 7나노 공정에서 위탁생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7나노 공정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했고 애플이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에 탑재되는 프로세서 위탁생산도 이미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이 다시 TSMC의 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TSMC가 삼성전자보다 7나노 공정 도입 시기를 앞당긴 점이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7나노 미세공정부터 새로 EUV(극자외선) 장비를 활용하는 새 공정을 도입하기로 하며 화성 반도체사업장에 6조 원 이상의 생산 투자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공장이 완성되고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7나노 시스템반도체 대량양산에 나설 수 있는 시기는 일러도 내년이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이 반도체 성능 향상을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양산 시기를 기다리기보다 TSMC와 손을 잡고 7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 출시를 앞당기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은 숫자가 낮아질수록 회로선폭이 미세해져 반도체 성능 향상과 원가 절감, 전력 효율 개선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미디어텍도 자체 개발한 5G 통신모뎀 반도체 양산을 이미 대만 TSMC의 7나노 공정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자칫하면 7나노 공정 도입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TSMC에 잠재적 고객사를 대부분 빼앗길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0나노와 8나노 미세공정을 가장 최신 공정으로 앞세우고 있다. 주로 퀄컴과 가상화폐 채굴기용 반도체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최신 공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