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김병원, 협동조합 농협의 근본을 다시 따져 묻는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23일 대전시 유성구 ICC컨벤션홀에서 '2018년 농축협 상생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소비자, 농·어민, 중소기업자 등이 각자의 생활이나 사업의 개선을 위해 만든 협력조직.'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협동조합'의 뜻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협동조합은 조합원 수가 225만 명이 넘는 농협이다.

그 농협을 이끄는 수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의 근본부터 다시 따져보는 탐색에 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의 상생을 위한 컨퍼런스를 5월3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김 회장은 컨퍼런스를 진행하며 “중앙회와 농축협의 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농협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회와 농축협 사이에 사업 경합 등의 문제를 놓고 지속되는 갈등을 더 이상 그대로 둬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이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의 갈등 수준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앙회 임직원의 37.4%가 갈등이 심각하다고 대답했으며 똑같은 답변을 한 지역 농축협 임직원의 비중은 58.8%에 이르렀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의 지도와 육성을 맡고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사업, 농협경제지주가 경제사업을 담당한다.

농협경제지주가 여러 계열사를 통해 각종 사업을 하다 보니 농산물 판매와 사료 구매 등 지역 농축협이 벌이는 사업과 겹칠 때가 많다.

김 회장도 2016년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경제지주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가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으로 일할 때 각종 경제사업에서 중앙회와 갈등을 빚은 경험에 따른 것이다.

다만 김 회장은 당선된 뒤 실제로 경제지주가 폐지될 때 빚어질 혼란과 농협법 개정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폐지 공약은 거둬들였다. 대신 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의 상생발전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궁극적으로 농협이 나아갈 방향으로 캐나다 퀘벡의 데자르뎅 협동조합을 좋은 사례로 꼽는다. 

데자르뎅 협동조합은 농촌 지역에서 문을 닫은 일반 은행을 인수해 시민들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였다. 수익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지역사회에 대규모의 기부도 하면서 상생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은 한국 협동조합의 리더로서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해질 수 있도록 협동조합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김 회장이 3월에 낸 책 ‘위드하라’에 적은 글이다. ‘함께’라는 뜻을 지닌 영어 전치사 위드(with)를 활용해 협동과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농협을 한국의 '데자르뎅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상생 가치를 실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