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김준호, 중국에서 SK하이닉스 시스템반도체 승부 건다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가운데)이 2017년 7월10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시스템IC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이 중국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이 SK하이닉스 시스템반도체사업을 맡자 검사 출신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오히려 적임자라는 평가도 폭넓게 나왔다.

반도체 위탁생산은 고객 확보의 영업력이 중요한 만큼 김 사장의 풍부한 사업 총괄 경험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쪽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틀을 잡고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중국기업의 합작회사 설립 추진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의 결정은 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성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사가 될 반도체설계(팹리스)업체들이 중국에 1천여 개 이상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생산하는 시스템반도체는 200㎜ 웨이퍼를 쓰는데 중국 반도체설계 회사들이 주로 설계하는 제품도 200㎜ 웨이퍼에 기반하고 있다.

김 사장이 중국에서 시스템 반도체설계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성장성은 중국에서 김 사장이 고객사 확보에 얼마나 실력을 보여주느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관계자는 “김 사장이 SK하이닉스에서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낸 영업전문가인 만큼 위탁생산사업에서 강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우선 잘할 수 있는 200㎜ 웨이퍼 반도체 위탁생산부터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검사 출신이지만 SK그룹에서 법무 쪽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업총괄을 맡으며 영업능력을 쌓아왔다.

2012년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실사단장을 맡아 인수과정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인수 직후 SK하이닉스의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에 올라 연구개발과 제조 등 기술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영역 전반을 총괄했다.

특히 김 사장은 SK하이닉스로 넘어온 뒤 물리학부터 배우는 등 반도체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고 한다.

김 사장이 기술 중심인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사업보다 고객사 유치가 중요한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제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사업부가 분리해 나온 자회사인데 2016년 기준 SK하이닉스 시스템반도체사업부의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은 0.2%에 그친다.

김 사장은 SK하이닉스시스템IC CEO에 오르면서 “공정과 기술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을 다변화해 수익성 기반의 장기성장 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200㎜ 위탁생산업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57년 태어나 서울 신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5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등을 거쳐 2003년 법무부 정책기획단 부장검사를 지냈다.

2004년 SK의 윤리경영실 부사장으로 옮겨온 뒤 SK에너지, SK텔레콤, SK하이닉스의 사장을 거쳐 2017년 7월 SK하이닉스시스템IC이 출범할 때 대표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