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주가가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송문선 대표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대우건설의 순조로운 매각을 위해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임무를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부여받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 앞두고도 주가 제자리, 송문선 '답답'

▲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이사.


11일 최근 한 달 동안의 대우건설 평균 주가를 살펴본 결과 6천 원이 채 안된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때 5360원까지 떨어지며 액면가인 5천 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잠재부실까지 모두 손실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했는데 그 뒤 주가가 급등했지만 매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시장에 자리잡으면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일에는 검찰의 압수수색도 받았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 신반포 15차의 재건축업체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뿌렸다는 혐의 때문이다.

송 대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송 대표는 30년 동안 KDB산업은행에서 근무했는데 지난해 초 대우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갔다가 박창민 전 사장이 ‘최순실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중도하차를 하면서 같은해 8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했기 때문에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보다는 송 대표에게 '관리자'로서 역할을 맡긴 셈이다.

송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조직개편을 하는 등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힘썼다. 주택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를 통합하고 엔지니어링본부를 플랜트사업본부에 통합하는 등 기존 11본부를 8본부로 재편해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우건설 실적은 나쁘지 않다. 빅배스 덕분에 지난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고 같은해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0%가 넘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장은 대우건설이 과연 매각될 수 있을지를 놓고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이 19일 예정돼 있는데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산업은행과 숏리스트(예비인수후보)들이 원하는 대우건설 매각가격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주가가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인수후보들이 본입찰 가격을 올려 적을 공산이 희박하다.

산업은행이 당초 염두에 뒀던 적정가격은 2조 원이다. 그러나 인수후보인 호반건설은 1조4천억 원가량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호반건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본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데 산업은행은 이를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본입찰이 무산될 경우 송 대표는 산업은행이 매각절차를 다시 밟을 때를 대비해 대우건설을 더욱 매력적 매물로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은 최근 몇 년 동안 주택경기 호황으로 수주잔고를 16조6천억 원 넘게 쌓아둔 덕분에 향후 2년 정도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일이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미래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계속 일감을 따내야 하는데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내 주택사업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전망이 어둡다. 해외 역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 발주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해외사업 수주잔량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6조5367억 원으로 2014년 말과 비교해 44%나 줄었다. 대우건설이 지금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2~3년 뒤에는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와 관계도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대우건설 매각이 이번에 무산될 경우 노조가 책임을 물으면서 향후 발전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송 대표을 향해 압박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