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과 관련해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수원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이관섭, 한수원의 신고리 원전 건설중단 놓고 샌드위치 신세  
▲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 의원은 “한수원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과 관련해 특정한 결론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고 백 후보자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관섭 사장이 최근 신고리 5, 6호기 건선을 놓고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따라 이런 지적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17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과 관련해 공론화 결과가 영구중단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한수원의 기본입장”이라며 “공론화 기간에 원자력발전이 안전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의 예측에 따르면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취소될 경우 지금껏 투입됐던 1조5686억 원에 추가적 손실비용 1조912억 원이 더해져 모두 2조6천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한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취소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한수원 입장에서는 공론화 결과가 ‘원전건설’로 나오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한수원이 정부정책에 따라 국내 원전사업을 제일선에서 수행하는 공기업인 만큼 이 사장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19일 ‘문재인정부의 탈핵정책추진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발표하며 “이관섭 사장의 최근 발언은 공기업인 한수원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한수원의 철저한 중립을 촉구했다.

원전건설은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공론화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사장은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정책을 따른다는 큰틀의 전제를 바탕으로 공론화 기간에 입장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만나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이 사장은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의 일시중단을 의결했다.

한수원 노조는 “신고리 5, 6호기 일시중단과 관련한 한수원 이사회의 날치기 통과는 원천무효”라며 19일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과 관련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울산 신고리 원전 인근 주민 등과 함께 이사회의 배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장은 정부의 원전정책에 따라 이사회를 열고 원전건설 일시중지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방법 대신 긴급 이사회를 여는 방법을 택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과 관련해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었던 만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일시중단을 우선 의결한 뒤 3개월의 공론화 기간에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일시중단을 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공사가 진행돼 투입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긴급하게 이사회를 여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노조 등 원전 건설중단을 반대하는 세력이 이사회 개최를 강력하게 막은 만큼 단기간에 그들을 설득해 이사회를 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갑작스럽게 이사회를 열고 관련사항을 의결해 반발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19일까지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공론화위원 후보를 받고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화위원회가 곧 출범하는 만큼 신고리 5, 6호기 건설과 관련한 이 사장의 과제와 이를 풀기 위한 고민은 이제부터 진정한 시작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