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2017년 저성장 탈출구 찾아낼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3대 유통기업들은 2017년에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각각 성장정체에서 벗어날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지배구조개편과 함께 롯데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고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은 시내면세점과 복합쇼핑몰에서 신세계그룹의 내수절벽을 탈출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덩치를 키운 패션사업과 시내면세점을 올해 본격 안착시켜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신동빈, 호텔롯데 상장과 제2롯데월드 완전개장

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1월에 실시할 정기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주목된다.

신동빈 회장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됨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 현장중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대대적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경영혁신을 통해 롯데그룹을 새롭게 바꾸고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신 회장이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킨지가 제시한 ‘정책본부 개편안’에 따라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7개실에서 4개팀으로 축소하고 각 팀이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군을 지원하도록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2017년 저성장 탈출구 찾아낼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인사와 조직개편이 발표되고 나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투명성 강화의 최대 핵심안으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월드타워 완전개장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그룹 경영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상장작업을 중단했고 현재 상장시기와 공모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으로 2016년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준공승인을 기다리는 단계다. 롯데월드타워는 승인을 받고 나면 오는 4월 완전개장할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2016년 12월 월드타워점을 재탈환해 면세점사업에서도 동력을 얻었다. 호텔롯데는 면세점사업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는데 월드타워점은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높은 26.79%의 매출증가율을 보였다.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은 재개장 첫해인 내년부터 월드타워점에서 1조 원 매출을 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월드타워면세점 탈환으로 롯데월드타워로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하지만 롯데그룹 앞에 박근혜 게이트 특검수사, 오너일가와 임직원 횡령배임 재판 등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놓여있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당장 1월 조직개편으로 정책본부 조직과 역할이 축소되면 앞서 말한 현안들에 그룹차원의 체계적 대응이 힘들어질 수 있다.

특검수사 결과에 따라 K스포츠에 거액의 돈을 내놓은 것이 월드타워점 탈환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최악의 경우 이번 면세점 특허 탈환이 원천무효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월드타워점 탈환을 두고 말이 많은 데다 코엑스점도 2017년 12월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하면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힘든 만큼 상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용진 정유경 '따로 또 같이' 경영경쟁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남매가 역할을 나눠 그룹의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데 온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 사이 '물밑 경쟁'도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강화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안착, 편의점 ‘위드미’ 확대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2016년부터 공격적으로 노브랜드 피코크 등 자체브랜드 상품의 수와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에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을 열었고 10월말에는 코엑스몰 운영권을 따내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6년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정용진 사업’에 힘을 실어줄 기반을 마련했다.

  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2017년 저성장 탈출구 찾아낼까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신세계그룹의 현금창출원인 이마트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 만큼 이마트의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자체브랜드, 복합쇼핑몰, 편의점 등 정용진 사업에 더욱 투자를 확대할 공산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면세점사업을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괄사장은 내국인 소비의 의미있는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신세계의 성장 돌파구를 외국인 관광객 매출비중이 높은 ‘면세점’에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100% 자회사인 신세계DF를 통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강남점까지 열게 됐다.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조선호텔도 인천공항점, 부산 센텀시티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면세점사업은 신세계DF로 일원화된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은 인천공항에 더해 부산, 서울 강북과 강남의 핵심상권에 모두 면세점을 확보한 셈”이라며 “신세계그룹에서 보유한 면세점 4곳 모두 빠르게 외형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입점업체들과 협상력 또한 확대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신세계그룹은 면세점사업으로 2017년 매출 1조7천억 원을 내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점유율 13%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면세점과 패션사업 성과내야

정지선 회장은 3일 발표할 2017년 신년사를 통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2017년에는 서울 시내면세점과 덩치가 커진 패션사업을 조기에 안정화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에 재수 끝에 숙원하던 면세점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다.

정 회장은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뒤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구현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면세점 서비스와 품질을 높여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하반기에 문을 연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콘셉트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개층 1만4005㎡ 규모로 연다.

정 회장은 2016년 말 임원인사에서 면세점 법인 대표를 겸하고 있던 이동호 사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면세점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2017년 저성장 탈출구 찾아낼까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남준 KTB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교통편의성과 안정적인 명품 소싱능력 등에서 다른 신규 면세점업체 대비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 근처에 롯데면세점 코엑스몰이 운영 중이고 월드타워면세점과 신세계DF의 센트럴시티면세점까지 문을 열면 시장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회장은 2016년 말 계열사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을 인수해 패션사업 외형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한섬은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분(제일모직), LF에 이어 국내 4대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연구원은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는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며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한섬의 브랜드 관리력과 그룹 유통채널 활용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취약점이었던 수입 브랜드 유통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섬은 패션업 불황에도 매출이 2012년 4963억 원에서 2014년 5100억 원, 2015년 6168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2016년에는 매출 8천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 매출까지 반영되면 1조3천억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