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업들은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며 경제활력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국내외 정치경제적 변수가 도처에 널려 있다.

트럼프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경제민주화법안 입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난관은 경제를 떠받칠 펀더멘탈이 아니라 ‘센티멘탈’이다. 안팎의 불확실성이 높으면 밑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주요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

[1] 2017년 경제민주화 원년될까
[2] 저성장 시대 고착, 내수기업 살길은-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CJ
[3] 불확실성 커진 글로벌 경영환경
[4] 탄핵정국, 인사독립 얻어낼까 
[5] 구조조정 한파 아직 끝나지 않았다
[6] 금융지주 지배구조 재편 급물살
 

  2017년 저성장시대 고착화, 유통기업 활로찾기 고민  
▲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해 10월 국경절 연휴 한국을 찾아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기간 중 쇼핑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새해를 앞두고 25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1.1%가 민간소비 부진을 2017년 경영환경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정치사회적 불안이 24.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소비부진을 그 다음으로 든 것이다.

새해 경제성장률(GDP 기준)이 2% 초중반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4%로 낮춰 잡았고 이 마저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이 올해 현실화하면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서 내수절벽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1분기에만 20조 원을 쏟아 부어 연초부터 재정을 확대해 내수불씨를 살릴 것이라 공언했지만 과연 민간소비가 살아날지 불투명하다.

가계부채와 고령화, 청년실업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머니가 빈 상황에서 쓸 돈이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그룹들은 올해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그룹 가운데 유통업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CJ그룹 등이다.

이 그룹들은 내수진작, 수출활성화, 고용촉진 등 세 축을 이끌며 그나마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떠받쳐 왔으나 올해는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검찰의 비자금 수사, ‘박근혜 게이트’ 관련 의혹으로 바람잘 날 없는 한해를 보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약속하며 신동빈 회장이 내걸었던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됐고 제대로 된 투자조차 해보지 못했다.

롯데그룹은 여전히 특검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외풍이 완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에 훈풍이 돌만한 호재도 있다.

상반기에 제2롯데월드 완전개장을 앞두고 있고 지난해 말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면서 1월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재개장한다. 호텔롯데 기업공개에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맏형’답게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데도 앞장설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신세계그룹은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의 안착과 면세점사업 확대가 올해 최대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연면적만 45만9498㎢에 이르는 스타필드하남을 오픈해 규모의 경제에 승부수를 띄웠다.

또 신세계센터시티백화점, 강남점 등도 증축 오픈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는 이들 매장에서 쏟아부은 돈을 회수해야 한다. 또 성장정체의 덫에 갇힌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당면 과제로 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면세점사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면세점업계 기존 강자인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과 강남 한복판에서 진검승부를 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렛과 복합쇼핑몰 매장에서 내실을 다지고 SK네트웍스 패션사업을 인수한 데서도 성과를 내야해 어느 해보다 분주한 한해가 예상된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가 올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사면복권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 아직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 관련 특검수사도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CJ그룹도 문화융성사업에 조 단위 규모를 투자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혹에 연루돼 있다. 이 회장이 만약 경영에 복귀한다면 미뤄졌던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요 그룹들이 내수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유통업계 전반에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쿠팡 등 온라인쇼핑업체들과 치열한 가격 및 배송경쟁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면세점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관광객 감소 우려도 높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도 올해 최대 대목을 앞둔 올해 설을 전후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홀로족’ 증가에 따른 편의점 성장세도 지속되는 등 소비지형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