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박근혜의 검찰조사 버티기 무너뜨릴 수 있나  
▲ 김수남 검찰총장.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져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하면서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에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22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수남 검찰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검찰이 강경한 자세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 총장은 특별수사본부가 20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제3자 뇌물수수혐의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질타했다고 한다.

검찰은 20일 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이 사실상 미르와 K스포츠 설립을 주도했다고 발표했지만 제3자 뇌물수수죄 적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발표에 대해 청와대는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했다.

김 총장은 청와대의 반응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검찰 조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2일 ‘대통령 주사제 대리처방 사건’을 특별수사본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방법과 시기도 23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강경대응 방침을 놓고 검찰조직의 수장으로서 김 총장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그동안 박근혜 게이트 수사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여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소환해 조사하면서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끼며 여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이 노출돼 ‘황제소환’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으로 특검수사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가 미진했다는 비판이 나올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김 총장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이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높이자 박 대통령과 인연도 관심을 끈다.

김 총장의 아버지는 김기택씨로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사학비리를 수사할 때 당시 부정입학 등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김정욱, 조순제, 손윤호, 곽완석 ‘4인방’이 영남대에서 저질렀던 전횡을 모두 검찰에 진술했다. 박 대통령은 이 때문에 영남대 이사에서 물러나야 했다.

김기택 전 총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며 박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