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늑장공시’ 후폭풍으로 당분간 인수합병과 신규투자에서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미약품의 성장동력이 될 신약후보물질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 인수합병 전문가 김재식 사직서 제출

한미약품은 김재식 부사장이 ‘늑장공시’에 책임을 지고 10월29일 사의를 표명했다 1일 밝혔다. 한미약품은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사직서 수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CFO 김재식 사표 제출, 인수합병 동력 주춤할 듯  
▲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
지난해 한미약품 재무최고책임자였던 김찬섭 전무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에 비춰보면 김 부사장도 결국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부사장은 취임한지 1년도 안돼서 굵직한 인수합병과 신규투자 및 인수합병을 위한 투자회사 설립을 주도하며 한미약품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 경영자로 평가받았다. 김 부사장이 물러나면 앞으로 한미약품의 인수합병과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김 부사장은 재무와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지난해 한미약품 재무최고책임자(CFO)로 영입됐는데 한미약품의 인수합병과 신규투자를 총괄하며 뚜렷한 성과를 냈다.

김 부사장은 올해 6월 의약품관리 자동화시스템기업인 ‘제이브이엠’ 인수를 주도했다. 연이어 한미약품은 7월 100억 원을 출자해 투자회사 ‘한미벤처스’도 세웠다. 이를 통해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한미약품 사태가 심각한 만큼 김 부사장이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김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한미약품은 당분간 인수합병이나 신규투자에 소극적 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미약품, 신약후보물질 확보 차질 빚나

한미약품은 인수합병이나 신규투자에 제동이 걸리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인수합병이나 신규투자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유망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한미약품 CFO 김재식 사표 제출, 인수합병 동력 주춤할 듯  
▲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한미약품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기술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약 가운데 수천억 원대의 기술료를 받을 수 있는 신약은 성장호르몬 ‘HM10560A’ 등 몇 개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30여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수출 계약이 중단되는 등 기술료 수입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의 추가확보가 절실한 셈이다.

한미약품은 신약을 개발해 기술계약을 맺은 뒤 계약금으로 다시 새로운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성장한 만큼 신약후보물질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미약품은 이번 사태를 정리하기 전에는 신약후보물질 확보보다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