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추진 경기북도 22대 국회서 탄력받나, 예산·법안·반대의견 '산 넘어 산'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에매랄드홀에서 열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상생협약체결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75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김동연 경기지사의 숙원사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기도 북부를 분리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기 위해 예산, 법안, 반대의견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경기도 60석 가운데 민주당이 53석을 차지했는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건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

우선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평가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동두천양주연천갑)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파주을에서 당선된 같은 당 박정 의원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통한 중첩 규제 해소와 군사시설보호구역 축소를 공약했다. 이밖에 남병근(동두천양주연천을)·이재강(의정부을)·박지혜(의정부갑)·박윤국(포천가평) 당선인들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공약에 담아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도 동두천양주연천을에서 당선된 김성원 의원과 김성태 당선인(포천가평) 당선인도 북부특자도 설치를 공약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에 더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과 관련해서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방자치·분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단식까지 하면서 세웠던 전통이고, 균형발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쭉 추진해 왔던 것”이라며 “민주당의 가치와 철학을 견지하면서 경기 북부, 나아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당내 반대의견을 압박했다.

김 지사는 2022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당시에는 21대 국회 임기내를 목표로 남부와 북부를 분도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후 김 지사는 지난해 6월1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민관합동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제 임기를 넘어서도 우리가 추구할 일이니까 제 임기 내 할 수 있는 것들 최대한 당겨서 선의의 대못까지 박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경기북부는 수도권이지만 북한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60년 이상 군사시설보호법 등 각종 규제를 받아왔다. 

그 결과 대기업들의 투자는 경기 남부지역으로 집중되면서 북부지역의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도 남쪽에 집중돼 있다.

이에 경기북부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되게 되면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공공기관을 북부에 신설해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특별자치도가 되게 되면 수도권 산업단지와 관련한 제한에서 벗어나며 특례를 이용해 더욱 공격적으로 기업 유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거론되는 단점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기북부는 현재 경기남부에 비해 인구도 적고 산업 밀집도도 낮아 지방세 징수가 월등히 적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을 기준으로 경기북부 인구는 361만 명인데 반해 경기남부는 1036만 명이다. 아울러 산업단지 지정면적은 경기북부가 53개소 1만8032km2인데 반해 경기북부는 140개소 23만1991km2이다. 

현재 지방세 징수에 따라 시‧군에 배분하는 조정교부금이 경기북부에 더 많이 배정되는데 경기북도가 독립하게 되게 이런 혜택을 더는 받기 어려워진다. 

조정교부금이란 징수액, 재정자립도, 인구수 등을 고려해 매년 시‧군에 지급하는 것으로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인구수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배분율이 높다. 

또 북부지역에 들어서는 철도, 도로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경기도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통합 행정이 북부 발전에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지원하는 보통교부세는 한정돼 있는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로 재원이 투입되면 다른 지역에 갈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김 지사 전에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던 김문수·남경필·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여야에 관계없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김문수 전 지사는 “분도론은 시대역행적 발상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칸막이 행정”이라고 규정했고 남경필 전 지사는 “분도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변화뿐 아니라 도민의 협력과 단결분위기를 저해해 국가통합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동연 추진 경기북도 22대 국회서 탄력받나, 예산·법안·반대의견 '산 넘어 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2년 9월26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경기지사 재임 당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 균형발전 조치 없이 분리하면 북부의 삶이 훨씬 나빠질 수 있다”며 “재정과 규제 문제를 분도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단계적 분도가 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에도 경기 포천 유세현장에서 “경기북부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기적으로는 재정적, 산업 경제적 기반을 갖춘 후 하는 게 낫다”며 다시 한번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김 지사가 임기 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데에는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전 가시적인 성과를 남겨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지사는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학교 총장,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굵직한 자리를 거치며 국민의힘에서조차 대권 후보 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지사는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신생정당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기득권 공화국’인 대한민국을 ‘기회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며 출마선언을 했지만 결국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며 여정을 그친 바 있다. 

그 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됐으나 아직 행정가의 이미지가 강해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될 성과가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김 지사와 단일화를 이루어내 공동전선을 이루었지만 차기 대선에서 김 지사와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로서는 김 지사의 행정 성과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 차기 대선에서 강력한 무기를 쥐어주게 돼 자신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김 지사의 숙원사업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게 되면 이번 총선에서 '비명횡사(비 이재명계가 공천을 받지 못함'이라는 프레임이 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 또 대선에서 경기 북부에서 지지를 얻는 데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표가 김 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에 있어 예산과 입법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향후 민주당 내 계파 형성과 주도권 경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