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10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여소야대’ 정국이 확정된데다 각종 의혹에 비판적인 야권의 상황을 감안할 때 여야의 충돌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소야대’로 여야 충돌 강도 더욱 거세진다, 정국 변화 키는 역시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인천시 해경전용부두에서 해경 3005함에 승함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쇄신’을 언급했지만 총선 전과 다른 정국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결국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핵심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선 최종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18석을 합쳐 108석을,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합쳐 175석을 얻었다.

조국혁신당(12석)과 새로운미래(1석), 진보당(1석) 등을 합치면 범민주진보 야권 의석은 모두 189석에 이른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3석)은 범보수로 분류되지만 ‘반윤(반윤석열)’ 기조가 강한 점을 고려할 때 정부여당 관점에서 범야권 의석수는 192석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재설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전체 임기 동안 여소야대 지형을 맞이하게 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이라는 민심이 표출된 선거로 평가된다.

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넘긴 만큼 민주당의 합의 없이는 정부의 주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또 야권 의석이 180석을 넘겼기 때문에 주요 쟁점 법안에 관해 패스트트팩(신속처리안건) 지정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여소야대’로 여야 충돌 강도 더욱 거세진다, 정국 변화 키는 역시 ‘윤석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민주당은 총선 전보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공고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2대 국회의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여당 견제에 더욱 강한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의 쌍두마차로 떠오른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선거 뒤 내놓은 메시지를 볼 때 정부여당의 정책기조 변화는 물론 특검법안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민생의 고통을 덜고 국가적 위기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주당은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고물가 등 경제정책에 관해 변화를 요구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안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재수 의원은 11일 당선소감에서 "꼭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채상병 특검은 반드시 관철시켜서 억울한 죽음을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는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여소야대’로 여야 충돌 강도 더욱 거세진다, 정국 변화 키는 역시 ‘윤석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왼쪽)와 박은정 비례대표 당선인이 11일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국민들은 검찰의 서늘한 칼날은 왜 윤 대통령 일가 앞에서 멈춰 서는지 묻고 있다”며 “검찰은 즉각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몰카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설득력있다고 보나”라고 반문하며 “민주당과 협의해 즉시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또 다시 예전처럼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야의 강대강 대치 속에 정국이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민생 현안도 공회전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통령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야권이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특검법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수는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또 특검들이 발의되고 법이 입안될 텐데 대통령이 거부권 쓰실 수 있겠느냐”라고 바라봤다.

정부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다수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소야대’로 여야 충돌 강도 더욱 거세진다, 정국 변화 키는 역시 ‘윤석열’

▲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 참석 뒤 굳은 표정을 지으며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정부 인사들의 사퇴로는 민심과 야당의 강공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서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잼버리 난맥 때에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분”이라며 “(한 총리와 수석비서관) 사퇴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민의힘 내부의 리더십과 역학구도도 복잡한 상황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뒤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데 전처럼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관여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면 민심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나경원, 안철수 의원 등 중진급 인사들이 총선에서 당선된 만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욱 하락하게 됐을 때 여당에서도 대통령실을 향해 견제의 목소리를 낼 공산이 크다.

당장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께서 이만하면 됐다고 하실 때까지 정부여당의 국정 기조 대전환과 낮은 자세로 혁신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 스스로 총선 민심을 받아들여 정책기조를 바꾸고 야당과 협치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을 향해 “깊은 자기반성 위에 국정 전반을 쇄신해 달라”며 “부파부립(不破不立), 깨뜨리지 않으면 바로 세울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