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38년까지 에너지정책 방향을 제시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이르면 이달 안으로 공개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11차 전기본에는 신규 원전 건설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한수원은 SMR 사업을 전담할 고위 경력직을 채용해 SMR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윤석열 정책 따라 SMR 드라이브 채비, 총선 엇갈리는 공약은 변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미래 택배’ 현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공공기관 운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제3차 경력사원(고위직) 모집 공고를 올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과 SMR 사업화 전략, 해외사업개발 등을 수행할 SMR사업실장(1급)을 뽑는다고 밝혔다.

사업실장의 요건을 살펴보면 국내·외 민간 또는 공공기관에서 공공기관 처장급 이상의 직위를 경험한 경력자인 동시에 에너지 분야에서만 1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지원서 접수 마감일 기준으로 한수원에서 1급 이상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내 전문가도 지원할 수 있다.

한수원은 △SMR 기술 개발 및 설계 분야 경험 및 지식 △비경수로형 SMR 기술 및 개발 분야 기본 지식 △SMR 해외사업 개발 및 공급망 관리 기본 지식 △SMR 사업화 계획 수립 및 이행·관리 등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를 의미한다. 

기존 대형 원전 출력과 비교하면 3분의 1에서 5분의 1 이하의 규모지만 냉각제를 순환시키는 데 외부 전력이 필요한 대형 원전과 달리 자연대류를 통해 냉각제 순환이 가능해 정전 등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특징을 지녔다.

필요한 건설 부지 면적도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에 비교하면 작아 석탄화력발전소 부지를 재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수원은 중앙연구원 원장 바로 아래에 SMR개발연구소를 설치하고 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혁신형 SMR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넷제로시티(SSNC) 모델을 제시하는 등 SMR 사업화와 수출에도 힘을 쏟는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월2일 울산 한수원 새울본부에서 열린 2024년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미래 원자력을 이끌고 갈 혁신형 SMR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민간 주도 유치사업으로 국내에 건설될 수 있도록 공론화 작업도 해야 한다"며 "해외 SMR 시장 진출을 위해 전방위 마케팅을 시행하고 잠재 수요국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R 상용화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곳은 20개를 넘는 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다. 

특히 미국 SMR업체 ‘뉴스케일 파워’는 2020년 SMR 분야에서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표준설계인증을 받는 등 업계를 이끌고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지난해 11월 보도에 따르면 뉴스케일 파워가 미국 유타주에서 진행하고 있던 첫 SMR 발전소 프로젝트(CFPP)는 원전 건설비용이 애초 예상보다 30억 달러 이상 늘어난 93억 달러(약 12조2806억 원)로 추산되면서 유타주립전력공사(UAMPS)가 계획 추진을 최종 거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도 SMR 개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3월19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테라파워는 미국 당국에 액체 나트륨 냉각방식의 원자로 건설 인허가를 신청한 뒤 올해 6월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부터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5월2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해외 원전 시장에 진출한다는 원전 수출 공동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한수원 윤석열 정책 따라 SMR 드라이브 채비, 총선 엇갈리는 공약은 변수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5월2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국내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SMR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방침을 두고 국내에선 사용하지도 않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월 창원 경남도청에서 진행한 민생토론회를 통해 원전산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SMR 등 원전 관련 연구개발(R&D)에 4조 원을 투자하고 2028년까지 혁신형 SMR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10일 치르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원전 정책 동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떠오른다. 여야간 의견이 선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로 원전 산업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SMR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정부의 의견에 발맞춰 SMR 본격 추진을 핵심 공약에 넣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2월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미래 택배’ 현장 공약을 발표하며 신형 차세대원전인 SMR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완전히 재생에너지 100%로만 가면 과연 우리 사회가 장기적·중기적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며 “(기후 대응은) 탄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정확히 SMR과 관련한 정당 차원의 방침을 밝히지 않았으나 ‘CF100(무탄소 에너지 100%)’ 구현을 위한 국가 차원 기반 마련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통한 친환경 원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SMR을 놓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핵발전소지역대책위협의회, 종교환경회의, 탈핵시민행동 소속의 전국 276개 단체와 종교계가 각 정당에 보낸 SMR 개발 정책 중단 관련 질의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정책 중단에는 예산 과정의 현실적 측면 등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원전 관련 예산 1800억 원을 삭감하면서 SMR 예산 333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조국혁신당은 기존에 진행된 연구개발(R&D)의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에 정책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 의견을 나타냈으나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 2050년 80% 확대 등 원전보다 재생에너지에 무게를 둔 공약을 내고 있다.

새로운미래 역시 RE100 지원을 위한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30%로 재상향, 탄소흡수원 보전을 위한 자연자원총량제 도입 등 재생에너지를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녹색정의당은 SMR에 명확한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혜미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3월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SMR은 여전히 표준 설계 자체도 없는 망상 또는 허구에 가까운 공상”이라며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의 이점과 가능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확인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재생에너지가 있음에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폐기물 처리가 불가한 핵 산업을 진흥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핵 마피아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