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이어 포드도 전기차에 힘 뺀다, 현대차그룹 미국서 영향력 확대 기회잡아

▲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부사장이 3월27일 미국 뉴욕 재비츠 센터에서 열린 국제 오토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포드와 GM이 전기차 투자 기조를 보수적으로 선회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누리게 될 반사이익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주요 경쟁사의 전략 변화로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각) 포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캐나다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던 신형 전기 SUV 출시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차기 전기 픽업트럭 신모델의 고객 인도 시점도 기존 2025년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라인업 출시를 미룬 이유에 대해 “이번 결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사업에서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지는 한편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사업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포드가 지난해 전기차 1대를 생산해 판매할 때마다 2만8천 달러(약 3786만 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집계하며 “이는 지속 가능한 손실 규모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포드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전환에 들이려던 120억 달러(약 16조2217억 달러)의 투자를 연기하거나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힌 뒤 이어진 것이다.

GM도 최근 전기차 사업 전략을 수정해 올해 중반까지 전기차 누적 생산량 4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철회하는 등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최근 주주서한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수익성은 높일 수 있도록 생산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위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와 GM이 잇따라 전기차 시장 공략에 힘을 빼기로 하면서 시장 경쟁 판도에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반사이익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GM 이어 포드도 전기차에 힘 뺀다, 현대차그룹 미국서 영향력 확대 기회잡아

▲ 포드가 전기차 신제품 출시 일정을 늦춘다고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에 반사 이익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3월29일 미국 오하이오주 에이본 레이크 인근에 위치한 포드의 전기차 조립 공장 증설 현황. <포드>

시장 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량 총합은 지난해 미국에서 포드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 테슬라와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상위 기업으로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판매량을 두고 보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5만7002대에서 2023년 9만4340대로 65.5% 늘었다.  

올해부터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만큼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크다.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HMGMA)을 가동할 계획을 두고 있다. 당초 2025년부터 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배터리 협력사와 북미에 공동으로 건설하는 배터리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면 전기차 생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장점이 커질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주력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N과 기아 EV9은 최근 뉴욕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 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악시오스는 이를 두고 “현대차와 기아 차량이 미국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며 “이제 전기차 산업에서 리더가 되기 위한 길을 찾고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들어 수요가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점은 현대차그룹에도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환경이 전기차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제조사부터 순차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