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수위 낮아져, S&P "물류 차질로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

▲ 1월11일 에버그린 선사의 컨테이너 화물선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미라플로레스 수문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의 선박 통행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3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하루 평균 40대의 선박이 통과하던 파나마 운하에 3월 말 기준 통행량이 27대 안팎에 그치며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파나마 당국은 2023년 5월부터 하루에 통과할 수 있는 선박 수를 제한해 왔다. 

2023년 시작된 중앙아메리카 일대 가뭄이 해를 넘길 정도로 장기화되면서 선박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만큼의 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가툰 호수의 수위는 4년 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기후변화 여파로 파나마 운하에 영향을 미치는 가뭄 기간이 앞으로 더 길어질 가능성도 거론됐다. 

선박들이 병목 현상을 피하기 위해 파나마 운하를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를 택하면서 물류비용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3년 12월에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아시아 지역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한 운반선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파나마 운하를 우회해 수에즈 운하나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이동한 LNG 수출선이 각각 35%, 38%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 동쪽 해안에서 파나마 운하를 거쳐 남아메리카 서부 해안으로 가는 휘발유 운반선 수는 같은 기간 57% 감소했다. 

물류 비용 증가에 더해 LNG와 석유 제품, 농산품 등의 배송이 늦어져 공급 부족이 발생하며 소비자 가격 인상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S&P글로벌은 “파나마 운하의 병목 현상으로 화물 및 기타 비용이 제품 가격에 전가돼 결국 소비자에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수에즈 운하를 끼고 있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활동으로 물류 위협이 이어져 선박들이 대체 항로를 찾기 여의치 않다는 점도 해상 물류비용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됐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