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판세] '리턴매치' 대전 서을, '4선고지' 박범계 vs '첫 국힘의원' 양홍규

▲ 대전 서을 선거구 여론조사 종합.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4·10 총선 대전 서을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사이에는 2020년 21대 총선에 이어 '리턴매치'가 벌어진다.  

지난 총선에서 맞붙었던 박범계 민주당 후보와 양홍규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4선고지'와 '지역구 첫 국민의힘 계열 서을 국회의원'이라는 목표를 두고 경쟁하게 됐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애초 대전 서을 선거구는 분구 뒤 8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어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됐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보수화 경향이 짙어져 대전 서을 선거구가 판세가 흔들리는 경합지역으로 변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대전 충남 지역 유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4·10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3번의 여론조사 가운데 2월5일~7일 데일리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범계 후보의 지지도가 20.5%포인트 격차로 오차범위(신뢰수준 95%에 ±4.4%포인트) 바깥에서 양홍규 후보에게 밀렸던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더구나 이 시기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정부가 각종 민생공약과 정치개혁 구호를 내세웠던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의 중위소득 수준으로 낮추자고 제안하면서 이른바 '특권내려놓기' 태도를 보여 국민적 공감대를 샀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등에서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와 돌봄교육 확대 등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론조사꽃이 24년 3월18~19일에 실시했던 대전 서을 지역구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와 양 후보 사이에 지지율이 오차범위(신뢰수준 95%에 ±4.4%포인트) 내에서 경합을 벌이는 변화가 일어났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44.6%, 양 후보의 지지율이 38.2%였다.

이런 판세변화의 배경에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늘어난 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되어 간 데다 '실언논란'의 황상무 전 수석의 사퇴가 미뤄지던 시기였다.

이런 추세는 지속해서 이어졌다. 3월23일~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총선 가상대결 조사에서 박 후보는 48.8%의 지지율로 양 후보(39.3%)를 오차범위(신뢰수준 95%에 ±4.4%포인트)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개혁'으로 촉발된 갈등이 '의료공백'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이어진데다가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이른바 '도피출국 의혹' 논란이 지속하며 정권심판론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격전지판세] '리턴매치' 대전 서을, '4선고지' 박범계 vs '첫 국힘의원' 양홍규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을 선거구 후보가 3월19일 대전시당 대회의실에서 대전광역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박범계 후보 블로그 갈무리>

박범계 후보는 이런 지지율 상승세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정권심판'과 '민생안정'을 기치로 선거운동에 힘을 쓰고 있다.

박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이번 4·10총선에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중진의원으로 굵직한 정치현안을 해결할 역량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4선 고지를 밟으면 당권을 바라볼 수도 있을 만큼 정치적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후보는 1963년 4월27일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집을 나가며 불우해진 가정환경 탓에 방황하다 심기일전하여 1984년 학력고사에 응시하여 연세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한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생 자치위원회에서 발간했던 잡지 '사법연수'의 편집장이 됐는데 당시 '가장 존경하는 선배법조인'으로 선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판사로 재직하던 박범계 후보는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당내 지지기반 열세에 자극받아 법원에 사직서를 내고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의 중앙선대위원회에서 법무특보를 맡게 된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면서 참여정부에서 민정제2비서관, 법무비서관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박 후보에 맞서는 양홍규 후보는 대전 향토 변호사와 대전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격전지판세] '리턴매치' 대전 서을, '4선고지' 박범계 vs '첫 국힘의원' 양홍규

▲ 양홍규 국민의힘 대전 서구을 선거구 후보가 3월14일 선거캠프에 방문한 이택구 전 대전시 행정부시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홍규 후보 블로그 갈무리>

양홍규 후보는 제21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을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와 박범계 후보와 맞붙었지만 40.77%(5만140표)의 높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양 후보는 1964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대전 행정심판위원, 정책자문위원, 충남선거관리위원을 맡은 바 있다.

2007년부터 2008년 박성효 당시 시장체제 아래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면서 지역현안을 두루 챙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온 박 후보에 맞서 지역 밀착형 공약을 내세우면서 표심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 후보가 이번에 박범계 후보를 누르게 되면 첫 번째 대전 서구을 선거구 국민의힘 계열 국회의원이 된다. 

양 후보는 택시 대중교통화, 지역의 랜드마크 둔산대공원 조성, 지방소멸위험방지법 제정, 둔산 노후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신속추진 등을 대표적 공약으로 꼽았다.

특히 둔산 중심 서구을 지역의 신도시 뉴타운 조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양 후보는 3월28일 갈마네거리에서 선거출정식을 열면서 "주민들 속에서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하고 민의를 귀담아 듣겠다"며 "우리가 선택한 윤석열 정부, 제대로 한 번 일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