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기대감으로 글로벌 반도체주들이 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 같은 흐름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초만 해도 8만 원에 근접하면서 ‘8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현재 7만 원 초반에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 임팩트' AI주 랠리에 소외된 삼성전자 주가, 볕들 날은 언제쯤

▲ 글로벌 반도체기업 주가가 상승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7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27%(200원) 하락한 7만2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7만96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까지 8% 가량 빠져 7만 원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주가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기대감에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전날 미국 주요 반도체주가 모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 가량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58.6% 가량 추가로 올랐다.

특히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시장의 눈높이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수급이 반도체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국내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전날에 이어 2거래일 연이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된 후로 사상 최고 주가를 새로 썼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하락했으며 소폭 올랐던 전날(0.14%)에도 코스피지수 수익률(0.41%)을 밑도는 수준에서 움직였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방어주의 성격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가 수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시장 주도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증시의 삼성전자는 성장주도 가치주도 아닌 방어주다”며 “2022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정책이 인상 기조로 변한 이후 삼성전자의 국내증시 내 시가총액 비중은 미국 경기모멘텀이 약화되거나 달러인덱스가 하락할 때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AI 모멘텀이 그 이유로 꼽힌다. 최근 AI에 대한 기대감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AI 수혜 기대감이 주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인 종합 반도체기업(IDM) 기업이다.
 
'엔비디아 임팩트' AI주 랠리에 소외된 삼성전자 주가, 볕들 날은 언제쯤

▲ 사진은 삼성전자의 HBM3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삼성전자>


AI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HBM에 대한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SK하이닉스가 AI 모멘텀에 사상 최고가인 16만 원을 향해 가고, AI 수혜가 기대되는 중소형주로 수급이 몰리는 동안 잠잠한 주가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과 격차가 벌어진 가운데 인텔의 추격이 예고되면서 주가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분간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AI 모멘텀과 반도체 업황 반등이 주가 향후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겠으나 시점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에 이어 2025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흐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표들의 하락 전환과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전망에 근거해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며 “2025년 업황 개선을 반영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이나 올해 중순까지는 하반기 이후 주가 상승을 겨냥할 저점 매수에만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실적개선은 일정부분 선반영된 만큼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2026년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필요하다”며 “낮은 수익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가 신규 거래 확대를 통해 의미 있게 흑자전환하는 것도 주가 재평가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