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업용 부동산값 하락 전망, 전문가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영향 받아"

▲ 프랑스 파리에 내걸린 '사무실 임대 가능'이라고 적힌 부동산 팻말.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연합(EU) 권고에 따라 유럽 은행과 투자자들이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라 투자 매력도를 평가하면서 특히 노후건물을 중심으로 투자가치 하락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럽 부동산 회사들이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CRE) 가치가 크게 떨어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닐 멘지스 히베르니아 부동산 그룹(HRG) 지속가능성 대표는 블룸버그에 "현재 부동산 업계는 좌초자산을 향한 우려가 매우 높아지는 중"이라며 "좌초자산 리스크는 최근 유럽연합의 관련 규제 도입 등으로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고 강조했다.

좌초자산이란 이미 투자가 끝났으나 그 수명이 다하기 전에 더는 경제적 이득을 보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 자산을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현재 지역 내 건물들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평가하고 배출이 높은 건물에는 투자자와 은행들이 투자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 지어진 건물 가운데 85%는 2000년대 이전에 건립된 노후 건물로 이 가운데 75%는 ‘심각한 에너지 저효율’로 평가됐다.

스위스 은행 관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들은 높은 전력 요금을 내야 하는 동시에 유럽연합 건물 평가 등급도 낮아져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다"며 "이에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악순환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 반면 부동산 보유자들이 내야 하는 금융 이자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부동산 소유주들이 내야 하는 비용은 2021년 대비 3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유럽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 비율은 지난해 2월 기준 재택근무 확산, 유연근무제 도입, 운영 비용 절감 등으로 평균 45%까지 올랐다. 코로나 이전 시기와 비교하면 15%포인트 올랐다. 

블룸버그는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상황을 ‘예의주시(keeping a close watch)’하고 있다고 전했다.

멘지스 대표는 "부동산 업계는 현재 밸류에이션 쇼크에 직면해 있다"며 "유럽 내 많은 건물들이 에너지 효율 규제에 대응하려면 많은 자금과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투자자들과 은행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건물 개·보수 작업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