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 미국 반도체 보조금 수령에 '환경평가' 변수, 문턱 더 높아져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의 1월2일자 공정 현황. 투자 금액은 170억 달러고 고용 인원은 2천여 명이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장이 에너지와 수자원을 집약적으로 사용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가 집중 조명했다.

미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설비를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해당 기사가 다루는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기업들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을 기업이 수령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두 기업의 공장 건설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9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천은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다 보니 공장 부지의 주변 지역에서 우려하는 여론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를 위해서는 수자원이나 전력과 같은 에너지가 집약적으로 쓰이는데 한정된 자원을 공장 인근의 지역 주민들과 나눠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작은 불순물도 수율에 영향을 주다 보니 화학 약품과 같은 불순물을 씻어내기 위해 초순수(超純水, Ultrapure Water)가 필수다. 초순수가 대량의 물을 극한으로 정제해서 만들다 보니 지역의 수자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포천은 “(TSMC나 인텔이 공장을 짓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와 같이 물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은 수자원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과정이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장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가 배출돼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된 화학 물질들이 잘못 처리되면 주변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포천은 “먼지 한 톨 허용 안 하는 밀폐공간(클린룸)에서 반도체가 만들어지지만 정작 제조 과정은 상당히 지저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도체법은 업체들이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는 작업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끔 만들고 있다"고도 썼다.

환경 관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정 지원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 TSMC 미국 반도체 보조금 수령에 '환경평가' 변수, 문턱 더 높아져

▲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2023년 5월11일 진행한 반도체법 환경 영향평가 관련 웨비나 자료. 하단부에 '환경 검토 및 요구사항을 시의적절하게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 문구가 보인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때 환경오염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지원법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통과시킨 이 법안이 반도체 제조 기업 가운데 환경평가를 시행하고 이를 통과한 곳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환경평가의 규제 문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의 2023년 12월7일자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지원법 대상으로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신청한 기업이 공장 건설과 관련한 연방 환경평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 국방 관련 법안에서 삭제됐다. 

즉, 반도체 제조 기업을 신속히 유치하는 차원에서 환경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미국 정부는 혜택을 주려 했는데 이 내용이 최종 법안에서 빠진 것이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및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삭제에 앞장섰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혜택이 반도체 지원 정책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며 앞으로 관련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기가 크게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6019억 원), 그리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400억 달러(약 53조1810억 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가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당시 “TSMC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국가환경정책법(NEPA)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면 공사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반도체법으로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미국 자국 기업들 중심이라는 점도 관건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법으로 확보한 시설 투자 보조금 390억 달러(약 51조8661억 원)를 자국 안보에 도움이 되는 업체에 우선 지급하겠다는 기조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1월30일 현재까지 확정된 수혜 기업은 BAE시스템스와 마이크로칩 2곳. 모두 미국 기업이며 군용 무기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만든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반도체법으로 보조금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미국 안보에 기여하는 기업을 우선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계속되면 보조금 수급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여기에 환경평가 대비에 추가로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반도체법에 따른 재정 지원을 받는 시기가 더 늦춰지거나 무산될 가능성까지도 거론된다. 

다만 환경 영향평가를 면제받을 가능성이 아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내용을 담은 다른 법안이 다시 표결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2023년 12월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은 환경평가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다른 법안에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올해 하원에서 표결 절차를 통과해야 발효된다. 

법안 통과 여부가 여전히 미지수이므로 반도체법 보조금을 노리는 기업들은 여전히 환경영향평가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환경평가 관련 입장을 묻는 비즈니스포스트의 질문에 “삼성전자는 보조금을 신청했는지 공식 발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신청서에는 환경영향 관련 질문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