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미국 배터리공장 신설 계획 백지화 가능성, IRA 불확실성 반영

▲ 일본 파나소닉이 미국 제3 배터리공장 설립 계획을 아직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나소닉 미국 캔자스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현장 사진. <파나소닉>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파나소닉이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상황을 고려해 미국에 건설하려던 3번째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말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와 배터리산업 지원 정책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22일 “파나소닉이 당분간 기존 배터리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며 “북미에 3번째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을 늦출 여지가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쿠스미 유키 파나소닉 사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제3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 계획을 두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야만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당초 3월 말까지 미국 신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 투자 발표를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쿠스미 사장은 “3번째 공장 설립을 결정하기 전에 기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기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이 미국에 새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파나소닉이 신규 생산시설 후보지로 검토하던 오클라호마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발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현재 네바다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캔자스에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최대 고객사인 테슬라와 설립한 합작공장까지 포함하면 미국에 상당한 규모의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쿠스미 사장이 돌연 신공장 건설에 소극적 태도로 돌아선 것은 최근 미국 전기차시장 성장 정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하며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자연히 줄어 공급 과잉 상황이 벌어질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산업 지원 정책을 원점에서 손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파나소닉을 비롯한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에 제공하는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바이든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응해 북미 생산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 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이러한 인센티브 제도를 대폭 축소한다면 미국에 신설한 배터리공장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진다.

쿠스미 사장은 “파나소닉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규 투자를 늘리는 대신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파나소닉과 마찬가지로 일제히 북미 생산공장 투자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며 다소 보수적인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최근 미국 내 공장 근무인력을 감축한 것과 SK온 및 포드 합작법인이 제2 배터리공장 가동 일정을 늦추기로 한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다만 쿠스미 사장은 “모든 사업이 그렇듯 상황이 바뀐다면 언제든 배터리 생산 능력을 다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