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조롱은 없다,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에 '시세 2억 시대' 꿈 영근다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하면서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2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인정하면서 비트코인 위상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비트코인은 출시 초창기만해도 디지털 코인으로 온라인게임 아이템 하나 구매하지 못할 만큼 활용도가 낮다는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하면서 올해 시세가 2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1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승인한 것은 2013년 첫 신청 이후 11년 만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해 6월20일(현지시각) 신청했을 때를 고려하면 약 7개월이 걸렸다.

이번 승인을 통해 블랙록과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 미국 거대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대규모 자금이 비트코인시장에 몰릴 것으로 바라본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영향’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는 미국 헤지펀드, 연기금, 독립투자자문사(RIA) 등 미국 기관들의 대규모 자본 유입 기회를 창출했다”며 “잠재 수요를 실질 수요로 바꿀 수단이 도입됐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임 연구원은 “독립 리서치회사 DACFP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문사의 50%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라며 “미국 공인 투자자문사의 운용 자금은 약 114조 달러(약 15경 원) 규모로 이 가운데 0.1%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1120억 달러(약 147조378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로 올해 약 46조 달러(약 6경812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거래 수단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입지 변화는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비트코인은 2010년 5월22일 플로리다에서 일하는 개발자가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2판을 구매한 것이 첫 현물 거래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이날을 기념해 해마다 5월22일을 피자데이로 삼는다.

당시 비트코인 1만 개는 약 5만4천 원에 불과했는데 현재 가치는 약 6340억 원에 이른다.
 
더 이상의 조롱은 없다,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에 '시세 2억 시대' 꿈 영근다

▲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장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업계를 계속 규제할 것을 시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게리 겐슬러 위원장. <연합뉴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4월 도래할 비트코인 반감기까지 더해지면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2억 원 가까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은 2024년 신고점을 넘어서며 2025년에는 최대 15만 달러(약 1억9716만 원)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통 금융시장에서 가상화폐시장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표적 가상화폐 옹호론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상당한 자금이 유입될 잠재력이 있다”며 “기관이 비트코인을 조금만 할당해도 자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을 이어갈 뜻을 보여 가상화폐 시세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장은 이날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승인하면서도 공식 성명을 통해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지만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 돈세탁, 제재 회피와 테러자금조달 등 불법 활동에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알트코인의 증권성을 다투는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미국 의회에 가상화폐업계 규제를 위한 추가 예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SEC는 지난해 7월 미국 의회 세출위원회에 가상화폐업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예산 7200만 달러(약 947억 원)를 달라고 요청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시장은 투기성 높은 자산으로 위험에 빠지도록 하는 과거 서부시대와 같은 혼란에 빠졌다”며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상근 직원 비용 등 2024년 7200만 달러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