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탈중국 정책기조 바뀔까,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맞물려 주목

▲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이 지난해 12월20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세종로대우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 정상이 신년맞이 축전으로 화해 분위기 연출을 시도했지만 올해도 긴장 기류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신년사 기조에 따라 올해도 미중 갈등 속에 미국과의 공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외교통일위원회는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조 후보자는 통상 경험이 풍부한 통상전문가로 중국과 실리외교를 시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윤석열 정부의 안보관을 공유하고 있어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조 후보자가 임명된 뒤 윤 정부의 스탠스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 후보자는 정통 외교관 루트보다 통상 관료로서 국제통상국 과장부터 통상교섭조정관, 차관까지 순차적으로 거쳤다. 이에 통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12월20일 청문 사무실 출근길에 “(전 정부에서) 한미동맹, 한일관계,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소 소홀해진 측면이 있어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복원시키는 데 매진하다 보니 한미·한일·한미일 쪽에 치중된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중 관계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다.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 후보자는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3국 간에 공감대가 어느 정도 성립된 것으로 안다”며 “가능한 한 조기에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후보자는 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 답변서에서 중국을 중요한 경제·안보의 협력파트너라고 강조하면서 한중관계 발전을 언급해 외교 기조의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중국에 대해 “우리의 최대 수출·수입·교역대상국으로서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다름 속 어울림'의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

조 후보자는 ‘중국의 신장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국제적 활동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보나’는 질문에 “민주주의와 인권은 우리의 핵심가치로서 이를 위한 글로벌 협력 증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신장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중국측과도 필요한 소통을 해 나가지만 기본적으로 보편적 가치는 일관성 있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차별화한 행보를 예고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대중(對中)관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정부 탈중국 정책기조 바뀔까,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맞물려 주목

▲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이 지난해 12월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외교·안보 라인 수뇌부 인선안 발표 브리핑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신년사에서 ‘튼튼한 안보’, ‘시장’, ‘국민의 자유 확대’를 강조한 만큼 시장의 자유가 있는 민주 국가로의 확장을 더욱 넓혀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상반기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박진 외교부 장관은 상호주의 원칙을 들어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도 있다.

이 가운데 시진핑 중국 주석이 신년사에서 노골적인 대만 통일 의지를 내비쳐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관계없이 윤 대통령의 친미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양국 관계의 발전을 희망하는 축전을 주고받았다.

시 주석은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노력해 계속해서 중미 관계 항로의 키를 잡고 중미 양국과 양국 인민에 행복을 가져다주며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1979년 수교 이래 미중 간의 연계는 미국과 중국, 전 세계의 번영과 기회를 촉진했다”며 “나는 이 중요한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실상은 두 국가 간에 대만 등을 놓고 입장차가 명확해 올해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향한 고삐를 더 죌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2024년 신년사에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는 공동의 목적의식을 갖고 중화민족 부흥의 영광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해 대만에 대한 노골적인 통일 의지를 드러냈다. 2023년 신년사에서 직접적인 통일 언급 대신 “양안 인민은 한 가족”이라고만 언급한 것과 대조됐다.

또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경제 불황에 대해 언급한 만큼 돌파구를 찾아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이에 집권에 대한 정당성 강화와 모멘텀 마련을 위해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미 무역 비중 확대와 탈중국 기조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유대를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이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이지 않는 이상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조 그리고 차기 대선에 트럼프 전 대통령 등판을 고려한 보다 폭 넓은 대미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이 110억 달러를 넘어서며 20년 6개월 만에 월 기준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중국과 미국의 수출 비중 차이도 2003년 이후 최소 수준인 1.4%포인트로 좁혀졌다. 

중국 경기 둔화와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부진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 한해 대중 수출이 2022년에 비해 19.9% 줄어든 1248억 4천만 달러 규모로 축소됐다.

반면 미국으로 수출은 자동차, 기계, 2차전지 수출 호재에 힘입어 1157억 2천만 달러로 2022년에 비해 5.4%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도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로 아세안(17.3%)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6일 외교부는 곧 이임을 앞두고 있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통화를 갖고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발전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새해에도 국제사회의 엄중한 복합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미 동맹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며 “블링컨 장관이 신임 외교부장관과도 조기에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한미 양국 간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를 더욱 강력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박 장관의 재임 기간 동안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역사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면서 박 장관의 노력과 리더십에 사의를 표하고 후임 외교부장관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