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3년은 기상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뜨거워진 지구는 인류에 이전과 다른 극단화된 기후를 보여줬다. 지구촌 곳곳은 전례없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를 겪었다. 기후위기는 정치, 경제, 산업 등 인류 생활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1년 동안 기후리스크와 국제대응뿐 아니라 기후스튜어드십, 기후테크, 워터리스크 등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산업, 금융 현장의 트렌드들을 취재해 심층 보도했다. 그 중 핵심 이슈를 되짚어 본다.

① 기후재난 심화에도 인류는 허둥지둥, 숙제는 2024년으로
세계 큰손들의 기후행동 본격화, ‘기후스튜어드십’
③ '워터리스크' 한국도 예외 아니다, 삼성 등 대응 분주
④ 물 문제는 이제 국가 안보, 워터리스크 대응에 진심인 국가들
⑤ 수십조 투자 끌어들이는 시장, 기후테크가 뜬다
⑥ 묻혀가는 기후위기 대응 법안, 다음 국회서 빛 볼 날 기다린다
[2023 기후결산] 물 문제 이제 국가 안보, 워터리스크 대응에 진심인 국가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바오샨 제2저수지와 댐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후 위기는 가뭄 혹은 홍수와 같은 물이 매개가 된 기상현상으로 우리 일상에 영향을 준다.

서구권에서는 ‘기후위기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의 이빨’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인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기후가 극단화하면서 수자원 관리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2023년에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기업과 정부 등이 수자원 관리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살펴보는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이 산업안보다’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물은 개인의 생존부터 국가의 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면서 너무 적어도, 많아도 문제인 특성까지 지니고 있어 관리가 매우 까다로운 자원이다.

세계 곳곳에서 수자원 관리 문제는 산업경쟁력 확보와 국가 안보까지 얽혀 있다. 

대만은 특히 수자원 관리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대만은 반도체산업에 국가 경제를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대만의 국내총생산 가운데 25%가 반도체 수출액일 정도다.
 
[2023 기후결산] 물 문제 이제 국가 안보, 워터리스크 대응에 진심인 국가들

▲ 싱가포르 마리나 베리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도심의 모습. 마리나 베리지는 싱가포르의 도심 인근에 지어진 만큼 시민들의 접근 가능성도 고려해 지어졌다. 마리나 베리지에서는 싱가포르의 주요 지역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공원으로도 활용되고, 수상활동도 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확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국제정세는 대만의 국가 안보마저 반도체 산업이 좌우하게 만들었다.

대만을 향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반도체 산업이 중요한 동기가 되면서 ‘실리콘 방패’라는 표현도 쓰인다.

하지만 반도체는 통상적으로 6인치(150mm) 지름의 웨이퍼 한 장을 만들어 내는 데만 1.5톤의 물이 사용될 정도로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 안정적 용수 공급이 없다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산업인 셈이다.

대만 정부는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가뭄이 발생한 데 따른 대응으로 일부 농가에 논농사를 포기하는 대가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식량 생산을 포기하면서라도 실리콘 방패를 지켜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 역시 물 한 방울도 평균 3.5회 재사용할 정도로 수자원 부족에 대응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수자원 문제에 국가의 안보가 달린 대표적 나라에는 싱가포르도 꼽힌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을 통해 수자원 수요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 물을 끌어다 쓰는 상황인 만큼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수자원 공급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야만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61년까지 유지되는 물 공급에 관한 말레이시아와 협정을 끝으로 ‘수자원 독립’을 이루려 한다. 

대표적 노력 가운데 하나로 ‘뉴워터(NEWater)’를 들 수 있다. 뉴워터는 하수를 재처리한 물을 국가 차원에서 상수원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의미있는 사례다.

싱가포르 정부는 2060년까지 상수원에서 뉴워터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3 기후결산] 물 문제 이제 국가 안보, 워터리스크 대응에 진심인 국가들

▲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 수로 시설의 모습. 사우디아라비아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지역인 만큼 수로시설도 평상시에는 말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리스크(risk)’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수자원 문제가 일상인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토 면적이 한국보다 20배 넓음에도 대부분이 사막 지역이라 상시 흐르는 강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수자원이 희박한 나라다.

결국 물을 얻기 위해서는 염수일지라도 바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사우디라아비아는 넓은 국토와 석유를 통해 얻은 자본 등을 갖추고 있는 덕분에 해수담수화로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 증가, 산업 확대 등 수자원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꾸준히 해수담수화 설비를 늘려나가고 있다.
 
[2023 기후결산] 물 문제 이제 국가 안보, 워터리스크 대응에 진심인 국가들

▲ 일본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소니의 협력농가 소유 밭의 모습. 작물을 재배하지 않을 때 밭에 물을 채워 지하로 스며들게끔 하고 있다. 표지판에는 소니가 2003년부터 지하수 보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소니>

비교적 수자원이 풍부한 국가인 일본 역시 수자원 확보는 고민이다.

특히 규슈 등 물사용이 많은 반도체기업들이 들어간 일부 지역은 지형적 영향으로 투수율이 높아 지하수 보전이 중요한 숙제로 여겨진다.

일본 대표 기업이자 이미지센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소니(SONY)는 반도체공장이 있는 규슈섬 구마모토현 일대에서 ‘지하수 함양(涵養) 프로그램’을 진행해 성과를 냈다. 지하수 확보와 관련한 소니의 성공 사례는 TSMC에도 영향을 줬다.

세계 각 나라마다 처해 있는 기후, 지형, 외교적 상황 등 수자원을 둘러싼 상황과 대응 노력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가뭄, 홍수 등이 극단화되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2024년에도 심각해지는 워터리스크와 세계 각지의 대응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기자
 

◆ 관련기사 '워터리스크' 기획시리즈

① [르포] 대표적 물 부족 국가 싱가포르, 하수 재처리한 ‘뉴워터’로 활로 찾다
② 싱가포르에 스며든 ‘물 한 방울도 소중히’, 말레이와 물로 엮인 역사가 원동력
③ 대만 '실리콘 방패' 워터리스크에 달렸다, TSMC "물 한 방울도 3.5회 사용"
④ [인터뷰] 대만대 유징윈 “식량자급 고려않고 반도체 물 대는 정책 지속 어렵다”
⑤ [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⑥ '물 부족' 싱가포르에 반도체공장? 글로벌파운드리 워터리스크 극복 비결은

⑦ 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⑧ 제다타워도 네옴시티도 물 없이는 성공도 없다, 사우디 미래는 해수담수화에
⑨ 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⑩ TSMC도 배워간 소니의 '소쿠리 밭' 지하수 보전법, 도쿄 소니시티에서 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