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14일 오후 6시경.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조현범 회장이 지분공시를 냈다.

조 회장의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최근 엿새동안 한국앤컴퍼니 지분 2.7%를 매수했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특수관계인으로 묶이기 때문에 조 회장(지분율 42.03%)이 대표로 지분변동 공시를 해야 한다.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하며 주식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조현범 회장간 경영권 분쟁은 이로써 종식되는 듯 했다.

아버지의 참전으로 조 회장측 지분율이 이런저런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50%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다. 경영권 분쟁을 재료로 급등했던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다음날인 15일 25% 급락한 1만5850원까지 밀렸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동안 공개매수 가격 상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MBK가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매수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본격 참전과 그 후폭풍으로 주가폭락이 이어지자 민심(일반소액주주)을 잡고 마지막까지 달려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예상대로 공개매수 상향 발표 뒤 첫 거래일인 18일 주가는 다시 2만 원선 회복을 향해 급등했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는 많은 변수가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망하기에 앞서 다툼의 뿌리부터 한번 살펴보자.  

조양래 명예회장은 2남2녀를 두었다. 첫째인 장녀 조희경은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다. 둘째 딸 조희원은 그룹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셋째이자 장남인 조현식은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2020년 당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사장을 맡고 있던 막내아들 조현범에게 갑자기 지분을 양도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장남 조현식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조현범은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씨가 MBK와 손을 잡았다.

공개매수에서 MBK가 일반소액주주로부터 20.35%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두 사람 지분(29.54%)과 합하여 50%(유효의결권 기준)를 넘게 된다. 두 사람은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한국앤컴퍼니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조희원씨는 최근 오너 일가와 친밀한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현식이가 이번에 다시 경영을 하겠다는 욕심을 부렸다면 나는 MBK와 손 잡는 데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식이는 자기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우리(오너 일가)보다 뛰어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어야 한다. 현범이는 한국타이어그룹을 개인회사처럼 생각한다. 모럴(도덕성)이 부족하다. 모럴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조현범 회장을 제외한 가족들의 생각은 오래전부터 소유와 경영의 분리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2019년 변호사가 입회한 자리에서 조양래 명예회장(당시 회장)은 4남매를 모아놓고 "내 지분 23%는 사회환원(나눔재단 증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조 명예회장은 실제로 10여 년 동안 월급을 모두 나눔재단으로 이체하기도 했다.
 
그랬던 조 명예회장이 2020년 횡령 및 배임수재로 실형을 선고(징역 3년, 집행유예 4년)받은 조현범 당시 한국타이어 사장에게 갑자기 지분을 양도했다. 형제경영의 구도를 깨고 경영권 승계를 단행한 것이다.

나머지 가족들은 그간 아버지가 보여온 발언과 소신을 감안할 때 이런 결정이 온전히 아버지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머지 가족들은 그 이후 조 명예회장과 직접 대화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1년 한차례의 주주총회 분쟁 이후 약 3년간 조용하게 지내던 조현식 고문측이 MBK와 손을 잡게 된 계기는 조현범 회장이 올해 또다른 횡령 배임건으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조현범을 퇴진시키고 한국타이어그룹을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시킴으로써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구도는 MBK에게 불리한 편이다.

조현범 회장이 가진 지분이 42%다. 조 회장 측에 서 있는 아버지 조 명예회장은 MBK가 지난 5일부터 공개매수에 들어가자 곧바로 2.7%의 지분을 엿새 동안 장내매수했다. 이에 맞서 MBK는 공개매수 가격을 2만 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렸다.
 
시장의 관심은 조 회장측의 지분이 드러나지 않은 우호세력을 포함해 확고하게 50%를 넘는지 여부다. 50% 이상이라면 MBK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은 무용지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타이어그룹 거래처들이 보유한 기존 주식이나 이들이 새로 매입하는 주식이 우호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그 지분이 얼마나 되는냐 하는 것이다. 우호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경우 조 명예회장이 다시 지분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MBK는 최근 조 명예회장의 지분매수에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고 의결권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직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 지분공시 위반 가능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K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조현범 회장은 8일 특수관계인에 변동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지분공시를 했다. 형 조현식 고문과 누나 조희원씨가 MBK와 주주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특수관계인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전인 7일 아버지 조 명예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1% 이상 매수했다.

그렇다면 조 회장은 8일 형과 누나를 특수관계인에서 제외한다는 공시를 할 때 아버지를 특수관계인으로 편입하면서 지분 1% 이상 취득 사실을 공시해야 했다. 이를 누락한 것이 자본시장법 제147조3항 위반이라는 게 MBK의 주장이다.
 
8일 지분공시에서 조 회장은 공시작성 기준일을 5일로 기재했다. 일반적 실무에서는 작성기준일은 하루 전인 7일로 한다.
 
왜 5일로 했을까. 5일을 기준으로 하면 7일 조 명예회장의 지분취득 사실은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MBK는 누락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8일까지의 주가흐름이 조 명예회장의 매수개입없이 마치 일반주주들간의 정상거래에 따라 형성된 것처럼 오도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MBK는 추정한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이른바 ‘5%룰'에 따른 지분대량보유 공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것이라면 6개월 의결권 제한이 가능하다는 게 MBK의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5%룰 위반이 맞다면 위반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뿐 아니라 지분율 경쟁상황 등을 고려할 때 처분명령도 가능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전제는 5%룰에 따른 지분공시 위반이 명확한 경우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은 누가 이기든 법정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