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이사가 위믹스 거래지원 재개를 통한 점유율 회복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의 거래 지원을 두고 각자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믹스 상장에 닥사 사분오열, 업비트 이석우 투자자 보호와 점유율 사이 갈등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점유율 회복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닥사는 앞서 2022년 12월8일 유통량 정보 오류, 소명 자료 부족,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위믹스 거래지원을 종료했다. 

위메이드는 장국현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진행하며 닥사가 거래지원을 두고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닥사가 소명에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블록체인의 장점인 '정보 공개에 따른 투명성'은 닥사와 위메이드 양측 모두 지키지 않았다. 닥사는 위메이드에 필요한 소명 자료를 알리지 않았고 위메이드는 공시한 위믹스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이 달랐다. 

그런데 위믹스 거래지원이 종료된 지 1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닥사 회원사 가운데 업비트를 제외한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위믹스를 거래할 수 있도록 거래지원을 재개한 것이다. 

첫 주자는 코인원이었다. 위믹스 거래를 종료한 지 3개월 만인 올해 2월 갑자기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했다. 

코인원은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통해 해소한 것인지, 닥사 사이 협의가 있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서 11월8일 고팍스, 12월8일 코빗, 12일 빗썸도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했다. 

빗썸은 위믹스 거래지원 재개를 발표하며 “닥사 회원사로 자율규제안 및 거래지원심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며 “위믹스재단이 예치한 담보 수량과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 투자 등으로 초과한 유통 수량을 회수해 제출된 자료에 맞는 유통량을 복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빗썸 등의 해명에도 가상화폐업계에서는 거래소들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한 것으로 바라본다. 
 
위믹스 상장에 닥사 사분오열, 업비트 이석우 투자자 보호와 점유율 사이 갈등

▲ 지난해 12월 닥사로부터 거래지원이 종료된 위믹스가 업비트를 제외한 다른 곳의 거래소에서는 거래지원이 재개됐다. 사진은 업비트 강남점. <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위믹스가 거래지원 종료라는 악재로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위믹스 거래지원을 다시 시작하면 거래량이 상승한다. 거래량 상승은 거래소의 거래수수료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거래수수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매출구조 때문에 위믹스 거래지원 재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위믹스 거래지원 재개를 놓고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점유율은 업비트가 약 7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빗썸이 24%로 2위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업비트가 약 80% 중반의 점유율을, 빗썸이 1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빗썸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2024년에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 등 비트코인 가격 상승 이벤트들이 예정됐다. 거래가 활성화하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 전에 시장점유율을 잃게 된다면 예상했던 실적 개선세보다 낮은 성과를 거둘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업비트가 금융당국의 눈초리를 신경 쓰느라 아직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고 바라본다. 위믹스를 재상장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두나무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만을 운영하는 다른 닥사 회원사와 달리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증권, 대체불가토큰(NTF), 스테이킹 등 다양한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은 규제 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금융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증권은 물론이고 다른 금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는 금융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다. 이에 지난해 투자자 보호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위믹스 거래지원을 종료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낮아진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할 것인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지원 종료를 유지할 것인지 사이에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