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규제 '허점' 또 드러나, 중국 군사용 반도체기업이 미국 기술 활용

▲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 SMIC가 대주주로 자리잡은 반도체기업이 규제를 피해 미국의 주요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 SMIC 반도체 생산공장 홍보용 사진. < SMIC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쓰이는 군사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등 미국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관련 규제를 강화하며 압박을 더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에 새로운 ‘허점’이 발견되며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14일 “중국 반도체기업이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군수기업 최소 6곳에 반도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라이트반도체가 미국에서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며 미국 금융기관의 투자까지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브라이트반도체의 회사 정보와 공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연구기관이 발행한 논문 등을 분석해 이러한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브라이트반도체는 특히 공산당과 연관성을 이유로 미국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제재를 받는 파운드리업체 SMIC가 2대 주주로 자리잡고 있는 기업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을 저해하려는 목적으로 수 년 전부터 강도 높은 반도체 무역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브라이트반도체는 이러한 영향을 피해갔다는 의미다.

브라이트반도체는 미국 주요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놉시스와 케이던스에서 기술 라이선스도 정식으로 구매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기업이 미국 규제로 이러한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없게 됐지만 브라이트반도체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브라이트반도체가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 지원을 받는 벤처캐피탈 회사에서 투자를 받은 정황도 파악됐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브라이트반도체가 미국의 자금과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군사무기에 쓰이는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로이터는 브라이트반도체가 미국의 규제를 어긴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이를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중국 규제 '허점' 또 드러나, 중국 군사용 반도체기업이 미국 기술 활용

▲ 중국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개발하는 프로세서 안내 이미지. <하이실리콘>

이는 미국 입장에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최근 잇따라 허점이 발견되며 정부 정책 실효성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SMIC가 미국의 기술 규제 영향에도 최근 고사양 스마트폰에 쓰이는 7나노 미세공정 기반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브라이트반도체와 미국 기업들의 관계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여러 규제가 실효성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브라이트반도체 및 미국 상무부는 이와 관련한 로이터의 문의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로이터를 통해 브라이트반도체와 관련한 취재 내용이 “우려스럽다”며 “중국 군사 분야와 관련된 기업이 미국의 기술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규제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되었다는 주장도 전했다.

로이터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브라이트반도체는 중국 정부가 인지도 낮은 기업을 통해 SMIC 등 주요 반도체기업에 기술을 유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전했다.

SMIC가 브라이트반도체의 대주주인 만큼 미국에서 사들인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을 함께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SMIC의 7나노 반도체 상용화 등에 대응해 대중국 규제 기조를 더 강화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로이터의 이번 보도 내용도 정책 수립과 실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