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BM3e 공급업체 곧 확정,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총력전’

▲ 엔비디아가 이른 시일에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HBM3e 규격 메모리 공급사를 선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반도체 회사들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하는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HBM3e 규격 고대역 메모리반도체 협력사를 이른 시일에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이 본격적인 생산 투자와 연구개발 성과를 내세우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8일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르면 12월 중 삼성전자의 HBM3 메모리 검증 절차를 마무리하고 인공지능 반도체에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HBM3 메모리 개발 및 대량생산에 삼성전자를 크게 앞서나가며 엔비디아의 독점 공급사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셈이다.

다만 업계의 관심은 내년 출시되는 엔비디아 ‘H200’과 ‘B100’ 등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차세대 규격의 HBM3e 반도체에 더욱 쏠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 HBM 메모리 시장에서 1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치던 마이크론이 HBM3e 규격부터는 한국 반도체기업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7월부터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HBM3e 메모리 샘플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8월, 10월로 뒤를 잇는다.

일반적으로 엔비디아가 HBM 메모리 공급사 샘플을 검증하는 데 반 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샘플 공급을 먼저 시작하는 것은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가 신제품 출시와 고객사 공급을 최대한 서둘러 성장세에 탄력을 붙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말이면 HBM3e 샘플 공급사들이 대략적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결정이 물량 공급 여부와 규모를 좌우하게 된다”고 바라봤다.

HBM 메모리는 데이터 전송 속도를 대폭 향상한 D램의 일종이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이 고성능 연산이 이뤄지는 분야에서 구동 성능을 높이는 데 핵심으로 꼽힌다.

그만큼 기술적 장벽이 높고 수익성도 좋아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에 맞춰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 HBM3e 공급업체 곧 확정,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총력전’

▲ 마이크론의 HBM3 2세대(HBM3e) 메모리 기술 안내 이미지. <마이크론>

다만 마이크론의 진입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3e 규격 메모리부터 치열한 경쟁 환경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다소 부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3 공급을 포기한 대신 한 단계 앞선 HBM3e 규격 메모리 공급 확대를 목표로 일찌감치 기술 연구개발 및 대규모 생산 투자를 시작했다.

그만큼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도 높아져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는 기존 플랫폼과 호환성을 갖춘 데다 성능이 크게 높아져 대형 IT기업들에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이 HBM 메모리 시장에서 상위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추격할 기회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메모리반도체 공급사의 경쟁이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둔 HBM4 규격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와 인텔 등 경쟁사도 잇따라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어 HBM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역시 HBM 메모리 협력사를 선정할 때 엔비디아에 공급한 성과를 핵심 기준으로 참고할 공산이 크다.

결국 HBM3e 규격 반도체에서 어떤 기업이 엔비디아에 주요 협력사로 선택을 받는지가 미래 성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트렌드포스는 “고객사들은 이미 HBM4 규격 반도체의 기술 사양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며 HBM 메모리 시장이 고도화되며 기술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