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복귀에 불안한 시선, '인공지능 윤리' 논의 뒷전으로 밀린다

▲ 오픈AI에 샘 올트먼 CEO가 복귀하고 이사회도 새로 구성되면서 인공지능 윤리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이사회에 의해 해임된 이후 단기간에 복귀한 배경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픈AI의 새 이사회가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 문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기술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잠재적으로 큰 리스크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논평을 내고 샘 올트만의 오픈AI CEO 복귀는 ‘비극’에 가까운 큰 실수로 남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샘 올트먼이 오픈AI CEO에서 해임된 뒤 5일만에 복귀한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진행됐다.

로이터 등 여러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오픈AI 이사회가 샘 올트먼의 해고를 결정한 배경은 오픈AI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갈등 때문으로 파악된다.

오픈AI 연구진 일부가 현재 개발중인 인공지능 신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인류를 위협할 만한 수준의’ 위험성을 강조했고 이런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며 해임 결정에 힘이 실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트먼이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인 헬렌 토너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 해 마찰을 빚었다는 내부자 증언도 나왔다.

헬렌 토너는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보안 및 신기술센터에서 연구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최근 오픈AI의 인공지능 윤리 준수와 관련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논문을 냈다.

올트먼은 이 논문이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의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 관련 조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 토너와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헬렌 토너는 결국 올트먼의 해임을 지지한 이사진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고 오픈AI 이사회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외에 로봇공학 분야 과학자이자 유명 배우 조셉 고든-레빗의 아내인 타샤 맥컬리, 인공지능 연구 전문가 일리야 수츠케버도 올트먼 해임에 가담한 뒤 오픈AI 이사회를 떠나게 됐다.

오픈AI에서 이들이 떠난 자리는 브렛 테일러 전 트위터 이사회 의장,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플랫폼업체 쿼라의 애덤 디앤젤로 CEO 등이 채웠다.

핵심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픈AI의 이사회 투명성과 안정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며 샘 올트먼 CEO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트먼의 오픈AI CEO 복귀와 이사회 재편이 잠재적으로 재앙에 가까운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새 이사회가 헬렌 토너와 같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을 배제한 채 기술전문가를 중심으로만 구성된다면 인공지능 윤리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전의 이사회 구성원들이 윤리적 책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회사의 성장보다도 인류에 미칠 영향을 더 우선순위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 경영에 영향력을 더 키우려 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윤리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에 힘을 보탠다.
 
샘 올트먼 오픈AI 복귀에 불안한 시선, '인공지능 윤리' 논의 뒷전으로 밀린다

▲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연합뉴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 원) 이상을 투자해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히 인공지능 기술 상업화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결국 샘 올트만의 CEO 복귀 이후 오픈AI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더 탄력이 붙으며 관련 서비스 출시도 늘어나겠지만 이 과정에서 윤리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임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유럽연합(EU)에서 인공지능 관련 규제를 논의할 때도 적극적으로 로비활동을 벌여 규제 수위를 다소 낮추는 성과를 얻어낸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동안 미국 역사에서 CEO 의견에 동조하는 이사회를 갖춘 기업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며 오픈AI의 새 이사회를 두고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은 무단 정보 도용과 기업의 인력 고용 필요성 감소, 정치적 편향성 등 여러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칫하면 오픈AI와 같은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의 상업화 성과를 최우선 목표로 추진하며 세계 사회와 인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오픈AI는 당초 비영리재단으로 설립됐지만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올트먼의 CEO 복귀와 이사회 재편은 곧 오픈AI가 상업적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오픈AI 사태는 결국 돈을 쥐고 있는 쪽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비영리적인 목적이 우선순위에 놓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샘 올트먼 오픈AI 복귀에 불안한 시선, '인공지능 윤리' 논의 뒷전으로 밀린다

▲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챗GPT'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