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총통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친중 성향 야당 단일화 이슈에 국내 증권가가 주목하고 있다. 

친중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만증시를 떠나 한국증시로 유입될 수 있으며 과거 사례로 볼 때 양안관계가 안정되면 국내증시의 변동성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 총통 선거 '친중' 야당 부각, 양안관계 안정되면 한국증시 반사이익 기대

▲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당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왼쪽부터 쭈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 허우요우이 국민당 총통 후보, 마잉죠우 전 총통, 커원저 민중당 총통 후보. <연합뉴스>


21일 대만언론에 따르면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의 최종 후보자 등록일이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5일 국민당의 허우요우이(侯友宜)와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가 단일화 의사를 밝히며 선거 판도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여당 민진당의 후보 라이칭더(賴清德) 현 부총통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3%로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커원저와 허우요우이의 지지율도 각각 24%, 22%로 단일 후보로 나설 시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커원저는 전직 타이페이 시장으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국민당 출신 전직 총통 마잉죠우(馬英九)가 단일화를 중재하고 있는 만큼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태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 차이잉원 총통의 부정평가가 50%를 넘었으며 대만은 8년 주기로 정권교체가 이뤄져 왔다”며 “단일화 협상에 진통이 없잖으나 결렬 시 여당의 정권 연장이 확실한 만큼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당과 민중당 모두 민진당과 달리 상대적 친중 노선을 천명한 만큼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양안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증시에는 두 가지 방향으로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외국인 자금이 대만에서 한국증시로 옮겨올 가능성이 있다.

미중 신냉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며 반중친미노선을 걷던 민진당의 대만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대만이 중국과 다시 가까워지면 글로벌 투자자금은 대체 시장을 찾으려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은 대만의 반도체 업종을 선호하는데 동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대안으로 한국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대만 친중노선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외국인 수급이 이동했던 사실이 포착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대만증시에서 대표 반도체종목 TSMC를 1억1563만 주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기간 외국인투자자는 한국증시에서 삼성전자를 3783만 주 순매수했다. 이에 하반기 TSMC의 외국인 지분율은 0.69%포인트 감소한 반면 삼성전자 지분율은 0.42%포인트 늘어났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TSMC와 삼성전자 수급 차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요인은 펀더멘털이 아닌 대만의 친중 노선 가능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의 이탈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탈중국 기조인 글로벌 자금의 반도체 투자 선택지는 한국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친중 노선으로 대만증시 매력도가 저하되며 글로벌 자금의 탈중화권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미중 갈등의 반사수혜를 누리던 대만증시에 비해 저평가받던 한국증시로의 머니무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홍콩 민주화 사태의 결과로부터도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민주화 시위가 진압되고 홍콩이 점점 중국화되면서 홍콩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일부 한국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지연 연구원은 “2019년 6월부터 2020년 6월 1년 동안 홍콩을 빠져나간 글로벌 금융자본이 한국 등 인근 국가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 선거 '친중' 야당 부각, 양안관계 안정되면 한국증시 반사이익 기대

▲ 대만에서 친중 분위기가 강해지며 올해 하반기 외국인투자자들은 TSMC 지분을 순매도했다.


양안관계가 안정됨에 따라 한국증시 변동성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강력한 반중노선을 걷던 현 민진당 집권기 양안관계는 줄곧 불안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

한국증시는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대만증시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다. 양국 모두 신흥국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높은 점,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국가가 있는 점 등 공통된 사항이 많다.

실제로 과거 세 차례 사례를 보면 양안관계 불안으로 대만증시가 휘청일 때 한국증시도 침체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월 한 달 동안 대만의 TPEx 지수는 16%가량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도 13%가량 하락했다.

2020년 3월에도 TPEx와 코스피가 각각 17%, 13%가량 떨어졌으며 2022년 9~10월에도 각각 18%, 7%가량 하락했다.

우지연 연구원은 “친중성향 야당후보 당선 시 양안관계 개선으로 아시아시장 투자심리 개선, 유동성 유입 확대개선 등 국내증시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여태경 연구원도 “양안관계가 안정되면 동아시아 정세가 안정돼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