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BM3e 경쟁 포문 열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전투태세'

▲ 엔비디아가 HBM3e 메모리를 적용하는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를 공개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200' 및 'GH200'  이미지.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HBM3e 메모리를 활용하는 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개했다. 올해 IT업계를 뒤흔든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내년에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HBM3e 고대역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는 제품인 만큼 중장기 경쟁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엔비디아는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컴퓨터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차세대 인공지능 시스템이 등장했다”며 “이전과 다른 차원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H200과 GH200 등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가 과학계와 산업 분야에서 모두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엔비디아 H100과 A100 등 기존에 출시된 인공지능 반도체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글로벌 대형 IT기업의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주도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산 능력이 다른 제품과 크게 차별화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전 세계적인 품귀현상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내년 2분기 출시가 예정된 H200은 HBM3e 메모리반도체를 최초로 적용해 연산 성능을 더욱 끌어올린 제품이다. A100과 비교하면 데이터 전송 대역폭이 2.4배 늘어난다.

엔비디아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최상위 IT기업이 이미 클라우드 사업에 H200을 기반으로 한 서버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H100과 A100 등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누적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H200 역시 엔비디아에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이러한 성능 구현에 가장 핵심으로 제시된 HBM3e 메모리를 공급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수혜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HBM 규격은 메모리반도체인 D램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대역폭을 높여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시스템반도체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H100에는 당시 가장 앞선 규격이었던 HBM3 메모리가 적용됐는데 H200에 쓰이는 HBM3e는 이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더 높여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능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50% 점유율로 1위를, 삼성전자가 40% 안팎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10% 정도에 그친다.

SK하이닉스는 기술력 측면에서도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엔비디아에 HBM3e 메모리를 가장 우선적으로 공급할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내년에 생산할 HBM3 및 HBM3e 메모리 물량이 이미 모두 선제적으로 판매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고객사에 HBM3e 샘플 공급을 마쳐 내년 상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H100의 수요 전망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정식 공급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마이크론도 HBM3e 메모리 생산을 시작하며 한국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 시장 경쟁 판도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엔비디아 HBM3e 경쟁 포문 열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전투태세'

▲ 마이크론의 HBM3 2세대(HBM3e) 메모리반도체에 적용된 기술 안내 이미지. <마이크론>

엔비디아는 현재로서 HBM3e 반도체의 사실상 유일한 대형 고객사로 예상되는 만큼 수주 경쟁을 벌이는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 입장에서 ‘슈퍼 갑’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한 기업에 놓일지는 결국 엔비디아의 선택에 달려있다.

마이크론은 HBM3e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서 한국 반도체기업들과 속도전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HBM3e 대량생산 및 공급을 2024년 초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점이 대표적 근거로 꼽힌다. 2024년 상반기를 목표로 제시한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보다 다소 공격적이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여러 제조사들의 HBM3e 샘플을 검증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공급사 선택 및 물량 배정에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HBM3e 메모리는 수익성이 높은 대표적 고부가 제품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다른 메모리반도체의 실적 불확실성을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다.

대형 IT기업들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엔비디아 반도체 제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져 꾸준한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HBM 메모리의 미래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초반에 확보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마이크론의 공세를 막아내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HBM3e 메모리의 전력효율 등 사양은 고객사들이 실제로 샘플 테스트를 마치기 전까지 믿지 않았을 정도”하며 강력한 성능 우위를 자신했다. 김용원 기자